지난 토요일(1일) 오전 9시쯤 국립 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특별묘역.
이날은 천안함 용사들의 장례를 치른지 3일째가 되는 날, 삼우제를 지내러올 유족들을만나보기 위해 휴일이지만 서둘러 현충원을 찾았습니다.
묘소엔 아침 일찍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쉴새없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의 모습은 보이지않더군요.
무작정 기다려야하나 싶어 현충원 선양팀에 전화를 했습니다. 속시원한 답은 없었습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답은 "삼우제관련 유가족들의 동정을 알지못한다"였습니다.
설명인즉 보통 장례를 치른뒤 3일째 묘소를 찾아 첫 제사를 지내는 삼우제 행사는 유가족끼리 조용히 와서 치르기 때문에 현충원 직원들이 사전에 정보를 알수가 없는 노릇이라는 것.
수긍이가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5월 첫날 이지만 따스한 봄햇살은 어디로가고 이글거리는 태양은 강렬한 뙤약볕을 내리쬐고있습니다.
하릴없이 뻗치기에 들어가기로했습니다.
일반 추모객들의 참배행렬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갔습니다.
중년의 한 부부는 대학생쯤 돼보이는 딸과 함께 묘소를 찾았고 백발이 성성한 노부부는 참배도중 눈시울을 적셨습니다.막내 아들이나 ,손자뻘되는 희생용사들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너무 일찍 세상을 등져 불쌍하기만 하다는 노부부는 한참을 고개 숙여 용사들의 넋을 위로했습니다. 단체로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은 자전거 동호회원들은 추모제단앞에서 넙죽 큰절을 올렸습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와 함께온 부부는 귓속말로 희생용사들의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듯 했습니다.
주말을 맞아 유원지나 공원으로 단체관광을 온 사람들도 잠시 현충원에 들러 참배를 하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짧은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한 청년은 상자에 국화꽃 46송이를 담아와 용사들의 묘소에 한송이씩 바치며 술을 따랐습니다.
용사들의 이름을 부르고 묘비를 만지며 울먹이더군요. 조용히 다가가 말을 붙여봤습니다.
신분 노출을 극히 꺼려하는 청년은 천안함 침몰사고가 나기 직전에 천안함을 탔던 장병이더군요.
불과 두달전만해도 희생용사들과 동고동락했다니 얼마나 황당하고 미칠 심정이었겠습니까?
옛 전우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청년의 모습에 그만 저도 콧등이 시큰거리고 눈망울이 벌개졌습니다.
이 청년은 가슴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 고 김태석 원사 묘소에 놓아두었습니다. 너무도 선명한 천안함 사진 이었습니다.
오랜 기다림속에 삼우제를 지내러온 고 정범구 병장의 유족을 만날수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고 정병장의 이름을 부르며 또 다시 통곡했습니다.
군대가기 싫다며 입영을 연기하다가 해군에 입대한 뒤엔 군생활에 잘 적응해 11월 제대할 예정이던 정 병장. 어머니는 지난 2월 설날 휴가나온 아들을 본게 영영 마지막이 될줄이야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들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바나나 우유를 제일 먼저 꺼내 놓았습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한참을 울던 어머니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 감정을 추스렸습니다.
"더이상 울지않겠노라고, 울음을 참고, 이기고... 먼저간 아들몫까지 더 열심히 살겠노라고..."
또 다른 유족을 기다리며 뻗치기한지 7시간쯤 됐을때,예비군 복장과 해군복을 입은 두명의 청년이 특별묘역으로 들어섰습니다.
순간 머리속엔 "혹시...."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이 두 청년은 바로 천안함 생환장병들이었습니다. 홀로 살아돌아온 죄책감에 시달려 병원치료도 받았던 장병들이 전우들의 묘소를 처음 찾은것입니다.
동기 4명을 잃고 홀로 제대한 전준영 병장은 미안하고 가슴 아파 평택2함대 문을 나서자 마자 한걸음에 동기들에게 달려왔습니다. 사고만 아니었다면 함께 예비군복을 입고 군문을 나섰을 고 이용상,고 이상민,고 이재민,고 이상희하사. 전병장은 동기들 생각에 예비군 모자를 4개 준비해와 하나씩 묘소에 놓고 술잔을 올렸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생환장병들의 묘소 방문...땡볕에서 7시간째 뻗치기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운 아빠,그리운 아들,그리운 형,그리운 동생,그리운 친구...46명의 희생용사.
그립고 안타까움에 절규하는 산자들은 오늘도 묘소를 찾아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짐합니다.
"그대들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별이 될것"이라고.
산자들의 절규와 다짐…뜻밖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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