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상 초유의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사건은 그 참상만큼이나 아픈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함정 침몰에 대처하는 군의 위기대응 시스템 뿐 아니라 군의 생존과도 직결된 지휘보고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50여 분 가량 군 지휘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으며 초기 대응에도 우왕좌왕한 정황이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전문가 진단까지 포함해 5편으로 나눠 짚어본다.>
지난 달 26일 오후 9시 22분 북한땅을 코앞에 둔 서해 접적해역에서 104명의 장병을 태운 천안함의 침몰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누구한테 공격을 받았는지 모른 채 침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국방부 장관과 군복을 입은 최선임자인 합참의장이 제때 보고를 받지 못하는 등 초기 대응체계가 엉망이었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사고발생 49분 만인 오후 10시 11분에, 김태영 국방장관은 그 3분 뒤에 첫 보고를 받은 등 늑장보고도 모자라 합참 지휘통제반장이 보고를 '깜빡'했다는 게 군의 실토여서 더욱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2년 뒤 독자적인 전쟁기획 능력을 갖추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을 우리 군의 자화상이다.
이처럼 사고 초기 군의 위기대응시스템은 정지했고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질타처럼 군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이 60여 년간 타성(매너리즘)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뼈아픈 자성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초동대응도 보고시스템도 '엉망' =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나 침몰했지만 군은 사고발생 시각은 물론 적의 공격이 있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해 허둥지둥댔다.
군은 애초 사고발생시각을 오후 9시 45분이라고 했다가 세 차례나 정정한 끝에 오후 9시 22분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그것도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나서였다.
군 안팎에서는 "조그마한 어선도 아닌 1천 200t짜리 군함이, 그것도 북한과의 접적해역에서 침몰한 시각도 모르는 게 우리 군의 현주소"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해군 작전사령부 등 지휘부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에 천안함의 위치신호가 오후 9시 21분 57초에 중단됐는데도 제대로 판단을 못했다.
사고시각이 오후 9시 15분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끌려 다니다가 천안함이 2함대사와 국제상선통신망으로 정상적인 통신을 했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뒤늦게 반박했지만 이는 상선통신망을 통한 통신 자체를 몰랐다는 '무능'을 드러낸 데 불과했다.
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라는 심증과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사고 초기에는 외부 폭발인지, 내부폭발인지, 암초에 의한 좌초인지, 피로파괴인지 그 어느 의문 하나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긴급 북상했던 속초함이 '새떼'에 엄청난 화력의 76㎜ 함포를 130여 발이나 발사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사고발생 직후 군은 북한 소행이라고 '직감'했지만 사고해역에 급파된 대잠헬기 링스는 대잠작전이 아닌 침몰하는 천안함을 라이트로 비추기만 했다. 기지로 돌아갔다 재출격하면서 뒤늦게 대잠작전을 펼쳤지만 시간은 한없이 흐른 뒤였다.
A급 비상경계령인 '서풍-1'을 발령하고도 사고 37분이 지나 공군 탐색.구조전력 지원을 요청했고, 합참은 사고발생 1시간 18분 뒤에 전투기 출격지시를 내렸다.
군은 더는 없다던 천안함이 침몰하는 장면을 촬영한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추후 공개했지만 폭발 당시의 장면은 못 찍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접적지역에서 감시의 사각지역이 생겼다는 것으로 군 감시에 큰 구멍이 생겼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36구의 시신이 나왔던 천안함 함미 위치도 사고 발생 58시간 만인 28일 밤에야 찾았다. 그것도 처음에는 어선이 위치의 단초를 제공했다.
◇안보시스템 대대적 수술 불가피 = 정부는 이번 사고 원인 규명과는 별개로 군의 작전·보고·행정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예고하고 있다.
제대로 된 위기대응태세를 갖추기 위한 전제조건이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인 만큼 지금까지의 보고라인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인식이다. 여기엔 인적 쇄신도 반드시 뒤따른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의지이다.
일각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NSC 사무처는 참여정부 때 국가위기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청와대에 신설된 상설조직이었으나 부처 자율성 훼손 등의 이유로 이명박정부 들어 폐지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7일 "통일부는 남북관계, 외교부는 국제관계, 국방부는 대적관계를 담당하는 등 모든 걸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통일.외교.안보를 총괄하는 NSC사무처 같은 조직 재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군 내부간 정보공유와 협조체제 강화로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 정비도 급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군 내부의 전비태세검열과는 별개로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를 통해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 군 조직을 일신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감사원의 직무감찰 결과에 따라 지휘보고를 누락한 실무자들 뿐 아니라 초동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관련자를 포함한 군 수뇌부의 대규모 문책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안함 교훈 ①군 위기대응체계 정비
"초동대응·지휘보고 시스템 엉망", "군 매너리즘 탈피 시급..뼈아픈 자성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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