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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 판결1] 기독교는 개독교다?

강의석과 대광고, 5년 만의 결론

글을 쓰고 나면, 악플이 줄을 이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냥 건너뛸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악플도 관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 비판하고 지적하는 자유가 보장되듯이, 저를 비난하거나 꾸짖는 댓글을 다는 것 역시 보장된 자유니까요. 다만.. 제 글을 읽으시면서 못생긴 제 손가락에 집중하시기보다, 제가 가리키는 달을 한번쯤 주의 깊게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지난 22일, 대법원에서 강의석 군(이젠 '씨'가 되었지만) 판결이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처음 듣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지난 2004년 6월, 서울 신설동에 있는 대광고등학교 학생회장 강의석 군이(당시 고3) "학생회 임원은 교회 출석하는 사람만(기독교인) 할 수 있다"는 회칙을 수정하기로 의결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은 "웃기지 말라"며 학생회 회의록을 찢어버리셨다고 하는군요. 그러자 강의석 군은 학교 방송실에 들어 가 "이런 내용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방송을 합니다. 그 뒤로 강 군은 징계위원회에 불려 다니며, 반성문 쓰라는 질책을 들었다고 합니다.

학교 측의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고 느낀 강군은 2004년 6월 16일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고요, 매스컴을 탔습니다. 이후 강군은 등교길에 지하철 역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에 진성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단식투쟁을 하기도 하면서 시위 수위를 높여갔습니다. <학내 종교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 강군 주장의 요지였습니다. 강군 집이 청량리에 있어서 대광고는 뺑뺑이로 배정받은 학교였으니까요. 애시당초 학교를 선택할 자유가 없었으니, 종교수업과 종교활동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는 거지요. 상식에 크게 어긋나는 주장은 아니었기에.. 논란은 있었지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강군은 7월 초 기말고사 시험을 보던 도중,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황당한 통보를 받습니다. "너는 퇴학 조치 됐으니 시험 보면 안된다. 시험 보지 말아라"는 거였죠. 그리고는 1교시 시험을 보다 말고 내몰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험 과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윤리' 였습니다.

일이 터지자 강군 부모님은 이런 강군을 말리셨다고 합니다. "학교와 싸울 일이 아니다. 너만 손해본다. 이런 일은 대학 가서 해도 된다"는 말로요. 부모님의 말씀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요? 어찌보면 현명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 하지 않으실 부모님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수능 몇달 앞둔 아들 성적이 상위권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요.

강군은 부모님을 설득해 퇴학 무효 소송을 냅니다. 그리고는 결국 2005년 1월, 서울 북부지법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강군은 학생 신분이 회복되어 그해 2월 대광고등학교를 졸업을 했습니다. 시위와 소송 때문에 근 넉달 가까이 공백기간이 생기긴 했습니다만, 수능 50여일을 남겨두고는 공부에 매진한 끝에 그 난리를(?) 치고도 당당히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이후 강군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여러 일들이 있습니다만.. 오늘 하려는 이야기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들이니 생략하겠습니다.



상식의 기준으로 언뜻 봐도 학교가 학생에게 좀 너무했다 싶지요? (저만 그런가요) 저도 중학교 때 미션스쿨을 다닌 적이 있기 때문에 강군의 심정이나 마음이 이해가 됐습니다. 물론, 제가 다니던 학교는 선생님들이 그렇게 심하게 종교수업을 강요하지 않으셨던데다가 (기독교인이 아닌 선생님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강군처럼 문제를 삼는 학생들도 없었습니다. 또, (이름에서도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기독교인이어서 딱히 거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요. 하지만.. 비기독교인 친구들에게 마음 한 켠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기 싫은 예배와 찬송, 성경공부를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고역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강군의 주장은 사람들이 언뜻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학내 종교 자유를 주장했다고 하니까, "왜 학교에서 종교를 강요하느냐"면서 대광고의 종교교육 자체를 거부한 것처럼 이해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시 뉴스를 꼼꼼히 살피지 않았던 저 역시도 대충 그 정도로 이해하고 지나쳤습니다) 강의석 군은 학교의 종교수업 자체를 없애달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종교수업에 참석하기 싫은 사람은 그러지 않도록 해 달라는 거지요.

제가 졸업한 한동대학교 역시 기독교계 미션스쿨입니다. 그래서 여느 미션스쿨들처럼 필수 이수 과목으로 채플이 있지요. 비기독교인 친구들은 채플 가는 것 자체를 짜증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졸업을 하려면 꼭 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채플에 참석은 하되 내내 잠을 자거나, 책을 읽으면서 학점을 따기 위해 시간을 때우곤 하더군요. 하지만 누구도 학교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제기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별로 없지만요. 본인 스스로 그런 커리큘럼을 '알고도' 들어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현 교육체제상 대학교는 100% 본인 선택이지만, 고등학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평준화 제도가 시행 중인 지역의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이야기지요. 모두 아시다시피 집이 멀고, 취향에 안 맞아도 그냥 교육청이 배정해 주면 그 학교를 다녀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니까요..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학교 측이 설립 목적을 이유로 학생들에게 특정 수업과 활동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겁니다. 그건 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어째 앞뒤가 맞지 않는 일 이니까요. 물론, 학교 측은 평준화 시행 훨씬 이전부터 학교들이 있어왔다고 반박합니다. 종교재단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교육할 수 있도록 설립을 허가해 주고는

뒤늦게 평준화가 시행해 놓고 설립의 근간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냉정히 말해 학교가 교육부와 해결할 일 입니다. 그런 부작용이 우려됐다면 애시당초 평준화 도입을 반대했어야 합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평준화가 부당하다며 고교 선택제 도입을 추진해야 하겠죠. '이게 다 평준화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선택권 없는 학생들에게 무작정 종교수업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학교들의 당황스러운 마음이 짐작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평준화 제도를 마치 종교 교육의 탄압인양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학교 설립 목적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전인교육'이라면 얼마든지 정책과 방법을 고민하고 바꿔서도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까요. 꼭 원하지도 않는 모든 사람을 앉혀놓고 예배를 드려야만 전인교육이 이뤄지는 걸까요?

종교가 없는 학생들에게 기독교 정신을 소개하고 싶다면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형평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인센티브를 준다거나,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고 다가가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좋을 겁니다. 교목실 등을 통해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모색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예수가 가르쳤던 내용들의 핵심을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한다면 형식은 부차적일 수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중요하고 좋은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몽둥이를 휘두르고, 출석을 체크해 점수를 깎고, 눈 앞에서 회칙을 찢는 것도 모자라 학생들 앞에서 시험 보는 친구를 몰아내 퇴학시키는.. 이런 행동을 보이면서 학생들에게 성경이 말하는 사랑과 긍휼, 은혜와 자비를 느끼라고 가르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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