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대한민국 검찰은 비양심적? 비윤리적?

검찰의 스폰서···술과 性(성)의 후원자

스폰서는 '보증하다, 약속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spondēre(스폰데레)'가 어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기인, 후견인, 보증인, 후원자' 등의 뜻으로 쓰였다.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예술가나 전도유망한 젊은이를 사회에 알리고,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사람을 지칭했다. 갓 세상에 나서는 개인이나 단체에게 사회적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존재를 일컫는 말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스폰서는 광고주라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방송매체를 통해 여러가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다. 최초의 뜻에 비해서는 상업적 냄새가 짙어졌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거나 파는 물건의 유용함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사람들인 만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필요한 존재요, 행위이다.

그런데 이 단어가 우리나라 일부 권력 집단에서는 '술 값 등 유흥비를 대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 스폰서들은 검사를 비롯해 권력을 가진 집단에게 술과 향응, 심지어는 성상품까지 접대한다.

특별히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 향응을 베푸는 것은 아니라 강변한다. 하지만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친목을 쌓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행하는 일이라 말한다. '보험을 드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쯤 되면 후견이나 후원이라는 애초의 뜻과는 무관해진다. 권력가, 또는 권력집단의 영향력을 돈으로 사는 행위일 뿐이다.

20년 넘게 부산, 경남 지역 검사들의 스폰서 노릇을 하던 한 건설업자가 폭로에 나서면서 검찰의 스폰서 문화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동안 여러 법조 브로커 사건을 통해 그 일단이 언듯언듯 노출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기는 처음이다.

비싼 음식과 흘러 넘치는 술, 그리고 성접대까지 부도덕과 비리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폭로자의 증언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비뚤어진 관행이 존재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검찰은 얼굴을 들기 힘들게 됐다. 그래서 대검찰청도 부랴부랴 외부인사를 대거 참여시키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해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히겠다며 부산을 떠는 것이리라.

어떤 검사는 이렇게 항변할 지 모르겠다. "검사 생활을 통해 알게 되고 친해진 지인이 식사와 술을 사겠다는데  거절하고 면벽 수도만 하라는 말이냐. 사회의 해악을 근절하려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야하고 그러면 이런 류의 만남도 필요한 것 아니냐."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친분과 애정을 갖고 식사와 술을 사는 것과 이른바 '스폰서'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란 없다. 하지만 용인할 수 있는 관계인지, 문제가 있는 관계인지의 분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상식'과 '관계의 건전성'으로 따지면 된다.

한쪽이 대접을 하면 다른 쪽이 답례를 하는 것이 관계의 기본 상식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은 '가족 관계'가 아닌한 비상식적이다. 또 만나면 으례 여성 접대원들이 나오는 룸싸롱을 가고 심지어 2차로 불리는 '성접대'까지 받는 관계는 건전하지 못하다. 모이기만 하면 불건전한, 나아가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는 관계라면 유지하지 않는 것이 맞다. '상식'의 잣대로 보면 이렇게 자명해진다.

아무 청탁 없이 산 음식과 술이라도 결국 '스폰서'에게 지는 빚이다. 향응을 접대 받는 것이 빚이라고 느껴지지 않으면 '비양심적'이요, 빚으로 느끼면서도 계속 접대를 받는다면 '비윤리적'이다. 법정 스님은 주옥 같은 가르침을 실은 자신의 저술들도 '말빚'이라며 절판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그런데 검사들은 이런 저런 스폰서들에게 쌓고 있는 아름답지 못한 빚을 도대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런 주지육림의 후원자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는지 암담하지 않을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