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 처음 도착한 느낌은 "어, 생각보다 날씨 괜찮은데?"였습니다. 안개 자욱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험한 날씨를 예상했는데, 뭐 약간 선선하달까, 견딜만했거든요.
'이거 뭐 스코틀랜드 날씨 별거 아니구만' 하고 씩 웃었는데, 그때까지는 스코틀랜드 날씨가 서울 촌놈 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바로 첫 번째 일정부터 문제였습니다.
대규모 풍력발전 시설 단지에 갔는데요. 사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냥 멀거니 서있는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입니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시사철 바람이 끊이지 않는 곳에 세워야 하는거죠.
바로 그렇게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언덕에 딱 내렸습니다. 그 순간, '아...이래서 스코틀랜드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는구나...'하는 탄식이 딱 터져나왔습니다. 몸을 가누기 어려운 바람이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멀리서 와서 피곤할테니 샤워라도 하라는 듯 친절하게 가랑비도 아래위로 뿌려주더군요.
"여기는 스코틀랜듭니다"라고 스탠딩을 하려고 했는데, 하도 물방울이 얼굴을 때려대는 바람에 그것도 포기했습니다. 말 그대로 험한 상황이었던거죠.
그런데 이런 장면을 지켜보던 스코틀랜드 관계자가 웃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It's lovely renewable weather"라고 말이죠. 친환경 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서 사랑스러운 날씨라니, 참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다시 발전기들을 보니 저도 생각이 좀 달라지더군요.
아마 옛날엔 추위도 더하고 농작물도 기르는데 도움이 안돼서 정말 원수 같다고 했을 날씨인데, 이제는 오히려 이 나라에 빛이 되고 온기가 되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어차피 주어진 환경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더 재미있는 것은 스코틀랜드는 산유국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원유가격이 바뀔 때마다 '북해산 브렌트유'가 얼마로 올랐네, 내렸네 보도를 보게 되는데, 그 '북해'가 바로 '스코틀랜드(영국) 북쪽 바다'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기름도 펑펑나오는 동네라는거죠.
이런 곳에서 기름 대신에 총 사용 전기의 25%를 이미 친환경에너지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는 자기들의 미래에 대비하는 한편,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선점해서 앞으로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뜻이 있는 것이죠.
산유국이 이렇게 준비를 하는데, 비산유국인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간기업이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금액은 OECD 20개국 가운데 19위 밖에 안 됩니다. 기업은 또 정부가 사실 친환경 에너지를 키울 의지가 없다고도 지적합니다.
1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껏 생각해 내는게 바다에 댐을 만들어서 싼값에 에너지를 뽑아먹으려는 생각뿐이고, 전세계에 내놓을 선진기술을 개발하는덴 뒷전이라는 말입니다. 눈앞에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면서 자꾸 우리나라의 상황이 떠올라서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도 역시 새로운 도전은 있었습니다. 지상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드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우선 지상에 많은 풍력발전기가 서있는 풍경은 여행객에게는 신기한 광경일 수 있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풍경을 망친다는 평가를 듣기도 합니다. 그리고 60미터 높이의 큰 구조물에서 바람개비가 돌다보니 “윙~윙~”하는 소리가 쉴새없이 들리는 것도 문젭니다. 일본에서는 저주파가 나온다는 지적도 있을 정도로 보이지 않게 환경을 해친다는 분석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이런 지적에 좀 둔감하지만(실제로 작은 규모로나마 풍력발전기가 세워져있는 많은 국내의 많은 지역에서 이런 민원이 제기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묵살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다른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환경적 영향이 적을 수 있는 바다에서 발전을 하는 것이죠. 물론 비용도 많이 들고 아직 기초적인 기술 개발단계지만, 그 노력이 참 가상합니다.
다음 편에선 그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스코틀랜드, 친환경 발전 이야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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