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어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까나리 어장 인근에 침몰한 천안함 함수 인양이 24일로 예정된 탓이다.
당장 조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단단히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특히 함수 침몰 해역에 까나리 어장을 둔 남3리 어민들의 걱정이 크다. 까나리는 이곳 어민의 주 수입원이다.
함수가 인양된다 해도 잔해 수거 등 작업으로 조업 시점이 늦어지면 한 해 수확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눈앞이 캄캄한 상황인 것.
16일 오전 장촌포구.
"조업도 못 나가고, 그물 손질은 진작 끝나서 아침 일찍 포구에 나오는 어민들이 별로 없다"며 "요새는 어민들이 바다만 바라보고 한숨만 쉬며 술만 마시고 있다."
어망을 손질하던 남3리 최치호 어촌계장(64)이 전한 어촌계의 분위기이다.
최 계장의 말대로 포구 마당에는 곳곳에는 빈 소주병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최 계장은 "우리 어민들은 함수가 가라앉은 데에 어장이 있어서 함미가 인양된다고 해서 조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함수가 24일 인양된다고 해도 파편 건진다고 하면 바로 조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마무리 그물 작업을 하던 장세광(35)씨도 한숨만 내쉬었다.
장씨는 "함수와 함미가 옮겨진 해역 사이가 주 까나리 어장"이라며 "큰 배가 오가면 그물이 찢어질 수 있는데 한 틀에 500만원 정도나 하는 그물을 누가 놓으려 하겠나"라고 말했다.
장씨는 "지금 그물을 못 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는 것"이라며 "한 달가량 조업이 늦어지면 어민들은 수천만 원의 손해를 입는다"라고 말했다.
백령도 어민들은 4월 초 까나리 어장에 그물을 고정하기 위한 닻을 내린다. 그리고 15일께부터 그물을 치기 시작해 조업에 들어간다.
까나리는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가 조업시기이다. 그래서 4월 중 그물을 치지 못하면 조업 가능한 두 달 중 한 달은 그대로 날리는 셈이다.
소라통발을 손질하던 60대 어민은 "지금쯤이면 바다가 온통 까나리 그물을 띄워놓은 부표로 하얄 때인데, 함수를 건져도 잔해를 찾는다고 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라고 답답해했다.
이제 막 집에서 포구로 나온 장익범(64)씨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그는 "24일 함수가 인양된다 해도 그때부터 까나리 그물 10틀을 다 치는데 열흘 정도는 걸린다"며 "미사일이다 뭐다 건진다면서 배들이 다니면 조업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장탄식했다.
중화동 포구에서 만난 50대 어민도 마찬가지였다.
이 어민은 "군부대에서 함체 파편이나 잔해물을 거둬들인다면서 어민들에게 출항하지 말라고 하면 못 나간다"며 "지금쯤 닻을 내리고 그물을 쳐야 하는데…"라며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까나리 조업시기가 불투명해지자 불안해진 어민들이 나섰다.
이날 오전 백령면사무소에서 관할 부대와 해경, 수협 관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함수가 인양되는 다음날부터 어장에 그물을 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
남3리 어민들은 25일에도 조업할 수 없으면 명확한 조업 금지 기간을 정해주거나 어민 피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연지 어촌계나 진촌 어촌계 어민들은 함수 침몰 해역과 동떨어진 곳에 어장이 있어 오는 20일부터 까나리 그물을 설치하고 조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백령도=연합뉴스)
"함미 인양됐지만"…속 타는 백령도 어민들
함수 침몰 해역이 까나리 어장…"잔해 수거하면 조업시기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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