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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예프,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 7일 수도 비슈케크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를 피해 남부 지역으로 도피했던 쿠르만벡 바키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15일 밤 대통령직을 공식 사임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떠남으로써 유혈로 까지 번졌던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다.

바키예프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연합이 주도한 과도정부의 하야 요구와 출국을 거부한 채 지지 지역인 남부에서 버티면서 권좌복귀를 도모했지만 결국 야반도주를 한 셈이 됐다.

그는 2005년 소위 튤립혁명으로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무너뜨린 국민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5년 후 다시 국민의 손에 의해 실각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그의 실각은 무엇보다 전제주의자 같은 폭정과 부정부패, 인권유린에 염증을 느껴 오던 국민이 올해 들어 전기와 난방비 같은 공공요금을 5배까지 올리자 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데서 비롯됐다.

한 번 터진 물꼬를 막기는 어려웠다. 발포로 인한 유혈 충돌 후 야당연합 주도로 들어선 과도정부는 그에게 사임과 출국할 것을 요구하면서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정에 세우겠다고 압박했다.

국제사회도 그의 편이 아니었다.

미국의 마나스 기지를 유지시킨 데 앙심을 품어온 러시아는 과도정부가 들어서자 즉각 이를 인정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내전직전이라며 바키예프 대통령이 하야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국은 어느 편도 아니라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였지만 바키예프 대통령을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정권 수장으로 인정치 않고 과도정부 지원의사를 밝혔다.

무력을 가진 경찰과 군은 이미 과도정부로 넘어간 상태여서 그가 기댈 곳은 남부의 지지자들밖에 없었다. 협상 카드로 남·북의 내전 가능성을 위협하며 세력을 규합하려 했지만, 15일 오쉬시(市)에서의 집회는 여전히 합법적인 대통령임을 주장하는 그의 아집에 굴욕적인 좌절을 안겨줬다.

그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려는 순간 야권 시위대가 "남북분리 반대"를 외치며 몰려들었고 경호원들이 공포까지 쏘고서야 간신히 피신할 수 있었다.

민심이 등을 돌린 권력자의 말로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친척들의 안전까지 보장하라고 요구하던 그가 불과 몇 시간 뒤인 이날 저녁 대통령직을 사임하고 부인과 두 아들만 데리고 급히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알마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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