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이 인기를 끌면서 매운 고추장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고추장이 안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하죠. 비빔밥, 떡볶이, 장떡 등등.. 다양한 메뉴에 쓰이다보니 많이 팔릴 수 밖에 없고요. 또, 스트레스가 쌓이면 매운 음식을 먹고 땀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실제로도 매운맛은 엔돌핀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매운 맛을 내는 주성분인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고추장은 더 나아가, 대표적인 한국식 소스로, 한식의 세계화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양념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고추장의 매운맛을 5단계로 등급화해 표준화된 맛을 세계인에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이고요. 그런데, 얼마전 이런 한국인의 음식 고추장이 중국산이라는 보도가 나왔었죠.
우리가 먹고있는 대부분의 제조식품이 중국산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데요. 우리 음식이라고 믿고 먹었던 음식 재료가 중국산이었다는 건 살짝 배신감이 느끼게도 합니다.
이런 얘기는 앞서 재작년 국감에서 처음 밝혀져서 한창 파문이 일었었는데요. 중소업체는 물론, 대형 식품업체가 만든 고추장에 들어가는 양념이 모두 중국산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고추장에는 고춧가루는 물론이고, 찰기를 주는 쌀가루나 밀가루, 감칠맛을 내기위한 고추양념이 들어가는데요. 모두 통틀어 고춧가루는 11.3%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수한 가루 형태로는 6%, 고추양념에 들어가는 비중은 5.3%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루로만 들어가는 고춧가루는 국산이지만, 고추양념에 들어가는 고춧가루는 중국산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절반은 국산, 절반은 중국산인 셈이지요. 양파, 마늘 같은 고추양념 재료들도 모두 중국산이라 하니, 고추양념은 100% 중국산인 것입니다.
'중국산'이라는 단어 하나로 찜찜하신 분들 많으실텐데요. 대형 고추장 제조업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 고추장 용기에 '중국산'이라는 표기를 분명히 했다.
= 그렇습니다. 중국산 고추양념이 들어갔다고 따로 표기하지 않고, 국산 고춧가루에 묶어 뭉뚱그려 표시했다가 재작년 국감에서 지적당한 뒤 업체들은 고춧가루와 고추양념을 각각 나눠 표기하고, 그 원산지도 따로 적고 있습니다.
- 국산 재료만 사용하면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가 없다.
= 그래서 업체들은 중국에 농장과 공장을 두고 원료를 대량 생산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업체들은 중국산 재료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식품안전센터까지 만들어 인증을 거친다고 합니다.
업체들이 "우리 고추장은 국산"이라고 광고한 적도 없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고추장은 국산"이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대상 청정원은 고추장에 밀가루 대신 국산 쌀가루를 사용하면서 "100% 우리쌀 사용"이라는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구가 소비자들에겐 "100% 국산"으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는 있는거죠.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 중국산이 들어가는 일반 고추장과 함께 모든 재료를 국산으로 쓰는 '진짜 100% 국산' 프리미엄급 제품을 지난해부터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일반제품의 2~3배 정도 더 비쌀 수 밖에 없죠.
취재를 하다보니, 저조차도 헷갈렸습니다. 중국산을 국산이라고 속여서 광고한 것은 아니니 업체에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는건데, 의심할 여지도 없이 국산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조그마한 표시 외에는 '중국산'임을 알려주지도 않고, 조용히 가격이 더 비싼 '국산 제품'을 만들고 있었던 점은 다소 괘씸하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의 극단의 사례들을 봐왔기 때문인지..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철저한 검증을 거친 중국산에 대해서도 무작정 거부감을 가져도 되는 걸까요..
정말 근본적으로는 순수한 국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우리나라 채소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품종을 개발해야 하는거겠죠. 그러기 위해선 농업 진흥 정책을 펴야한다고까지 주장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텐데요.
결국 '업체가 뚜렷하게 잘못한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따로 보도는 하지 않게 됐는데요. 혹시나 대량 생산과 가격 안정화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나쁜 재료로 먹을거리를 만들거나, 눈가림용 광고나 홍보를 하는 경우가 있는지는 기자이기 이전에 소비자인 저부터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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