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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명진스님 재임' 여부로 2라운드?

지난달 11일 조계종 중앙종회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총무원의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된 봉은사 문제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총무원과 봉은사측이 중진스님들과 불교단체들이 마련한 토론회에 응하기로 했고, 총무원이 11월까지인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다.

하지만 봉은사 문제는 언제든 논란이 재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총무원이 직영사찰 전환을 서두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데다, 명진스님이 '외압설'에 대한 공세를 누그러뜨린 대신 11월 임기 이후에도 재임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토론회 전망 = 이달 1일 도법스님(실상사 선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과 수경스님(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퇴휴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등 중진스님들과 김동건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 등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봉은사를 잇따라 방문해 공개 토론회를 제안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총무원의 기획ㆍ총무차장 등 실무진과 봉은사 종무원들은 지난 2일 첫 회동을 가진 데 이어 5일에도 또 한 차례 만나 토론회 방법과 형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

토론회는 실무진의 협의를 거쳐 이달 중순 이후께는 성사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단 양측이 공개 토론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토론회에서 사태 해결방안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토론회와 상관없이 결국은 정치적 결단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라는 시각이다.

총무원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원담스님은 5일 기자들을 만나 "종단의 결정사항에 대해 외부 단체의 토론회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종단으로서는 큰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진스님은 지난 4일 기자들을 만나 "절집의 일은 반드시 스님들의 의견만을 들어 결정해서는 안 되며 신도 등 사부대중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5일 오전 직원 조례에서 외압설과 관련해 첫 소회를 밝히면서 "수많은 사람과 만난 이야기를 일일이 밝힐 수는 없다. 이는 종교인으로서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명진스님 "재임하고 싶다" = 직영사찰 전환 반대와 관련해 지난 4일 4주째 일요법회 법문을 한 명진스님은 모처럼 가사를 갖춰 입고 법상에 올라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법회 말미에 "물론 때가 되고 인연이 다하면 떠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국 불교의 희망의 꽃을 봉은사에서 피우겠다는 꿈이 이뤄지는 날까지 굴하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명진스님은 지난 2일 한 불교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 일이 많아 재임하고 싶다"라는 희망을 밝혔고, 4일 법회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봉은사는 자진해서 분담금을 1억원 더 내겠다고 한 사찰이다. 4-5년 후에는 분담금을 훨씬 더 내고 싶다"고 말해 재임의사를 내비쳤다.

명진스님은 올해 11월로 4년간의 주지 임기를 끝낸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달 11일 중앙종회 에 참석해 명진스님의 임기까지는 직영사찰 전환을 유보하고, 직영사찰로 전환한 이후에도 초대 주지를 명진스님으로 임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올해 11월까지는 명진스님의 임기가 보장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명진스님이 이번달 들어서 11월 이후에도 주지를 맡고 싶다는 새로운 카드를 총무원에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총무원 "재임은? 글쎄…" = 총무원 기획실장 원담스님은 5일 "지난달 11일 중앙종회 즈음에는 총무원장 스님이 직영사찰 전환 이후에도 초대 주지를 명진스님에게 맡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확답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담스님은 "특히 주지를 봉은사 사부대중이 추천하는 인사로 해달라는 봉은사 측의 요구는 총무원장 고유의 권한에 도전하는 요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원장스님의 뜻이 재임 쪽이더라도 종단 내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입장은 명진스님의 재임에 대한 부정적인 속내를 반영하는 것으로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달 11일 법정스님이 입적한 후 일어난 불교에 대한 호감을 순식간에 덮어버린 이번 사태는 1993년 11월 성철스님 입적으로 생긴 추모분위기를 이듬해 종단분규로 한꺼번에 잃어버렸던 조계종단의 아픈 경험을 되살리게 한다.

원담스님은 "결코 분규를 원하지 않는다. 총무원 집행부가 무리하게 권한을 사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지만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의문이다.

재임 의사와는 별개로 주지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도 말한 명진스님이 총무원이 직영사찰 전환을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에 대한 추궁을 계속할 가능성도 높다. 명진스님은 지난 4일 "이번 주에는 가사를 입었지만 다음 주에는 가사를 안 입을 수도 있다"고 말해 강약을 조절해가며 총무원과의 힘겨루기를 계속할 뜻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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