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대부분 돈이 갈 곳을 잃고 눈치를 보는 가운데 '모 아니면 도'로 고수익에 베팅하는 돈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장 초기 대한생명이나 스팩 열풍 등에서 볼 수 있는 단기수익 추구와 더불어 최근 돈의 흐름의 또 다른 경향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8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단기유동자금의 '쉼터' 머니마켓펀드(MMF)로는 이달 들어서만 10조원이 넘게 순유입되면서 8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 설정액이 85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주식형 펀드 환매가 늘고 있어, 이 자금 일부는 고수익 베팅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주 주간 기준 연초 이후 최대규모인 6천79억원이 순유출됐으며, 해외주식형펀드에서도 2천796억원이 환매돼 올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2조1천5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회사채시장 투기등급까지 '온기'
갈 곳을 잃은 돈이 점점 고수익을 향해 흐르고 있는 게 보이는 대표적인 곳은 회사채 시장이다. 연초만 해도 우량등급 회사채에 집중됐던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투기등급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6일 현재 3.84%, AA-등급 회사채 금리가 4.86%로, 5% 아래로 떨어져 있는 것과 달리 투기등급으로 가기 직전 등급이 BBB-등급 회사채 금리는 10.90% 수준의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다음주(3월29일~4월2일) 회사채 발행계획을 집계한 결과 투기등급인 BB+등급 동양메이저 무보증회사채 248회차 1천억원을 비롯, BBB-등급인 성신양회 159회차 300억원 등 상대적으로 낮은 등급의 회사채 발행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앞서 투기등급 회사채는 1월에 동양메이저와 바이넥스의 회사채 등 3건, 2월에 케이이아이씨와 대봉엘에스 회사채 등 2건이 발행돼, 무사히 소화된 적이 있지만, 이번달 들어서는 처음 발행되는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금리가 떨어지면서 발행조건이 좋아지자 낮은 등급까지 회사채 발행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억~30억원 단위로 회사채가 잘 팔리고 있는데, 우량등급에 쏠리던 매수세가 BBB등급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 ELW와 레버리지ETFㆍ자문형 랩 인기
올해 들어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고수익을 노리는 대표적인 상품인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대금은 작년말에 비해 50% 급증했다. 상장종목도 폭증해 5천 종목을 넘어섰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코덱스(KODEX) 레버리지의 주별 거래량은 3월 첫주 205만4천573만주에서 둘째주 264만8천334주, 셋째주 372만5천286주, 넷째주 452만1천710주로 폭증했다.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거래량이 이달 말로 올수록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큰손'들의 자금을 모아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문형 랩의 인기도 꾸준하다. 삼성증권은 자문형랩의 잔고가 올초 4천537억원에서 25일 현재 4천570억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체 잔고는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중소형주로 구성된 중소형랩은 인기다. 지난 1월 22일 설정된 케이원 중소형 포트폴리오로는 385억원이 모여 히트를 쳤다.
◇ 전문가들 "저금리 연말까지 지속…버블조심"
증시.경제전문가들은 고수익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게 하는 저금리가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면서 자산가격에 버블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금리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오래 지속되면 돈 빌리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돼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돈을 싸게 빌려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투기자금을 양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경제와 국내경기가 확실히 호전되지 않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수는 없지만, 기업이나 가계의 신규대출이 무분별하게 늘지 않도록 하고 금융회사들의 부실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는 한편, 부동산 시장 거품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시장은 자본시장의 개방도 높아서 미국의 정책금리 흐름과 달리 가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은 올해말이나 내년 초가 될텐데 그렇다면 우리 금리도 일러야 4분기께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나간 대형위기들이 말해주듯,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산가격의 거품은 경계해야할 주요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갈 곳 잃은 돈, '모 아니면 도'투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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