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로 규모 8.8 강진이 칠레를 강타한 지 한 달을 맞는다.
최소 400여명 이상이 사망하고 피해규모가 칠레 국내총생산(GDP)의 17%에 달할 만큼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전력 공급이 불안해졌고 칠레 경제의 근간인 구리 광산의 조업도 차질을 빚었다.
강진 이후 200여 차례 이상의 여진이 감지되는 등 칠레 지진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중남미 강국답게 칠레는 빠른 속도로 재건 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이달 취임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역시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 칠레정부 "올해 성장률 최대 1.5%p 하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이번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 규모를 국내 총생산(GDP)의 17%에 달하는 300억 달러로 추산했다.
펠리페 라라인 칠레 재무장관은 "이번 지진 피해로 올해 성장률이 1~1.5%포인트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도 지난주에 칠레의 올해 성장률이 5.2%에서 4.4%로 하향조정됐다고 수정전망했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수치는 더 가혹하다. 가옥 20만채 이상이 붕괴되거나 크게 파손됐으며 이재민만 200만명에 달한다.
2천750여개 학교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100만명의 학생이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병원 건물도 35개나 파손돼 정상 기능이 어렵다.
사망자 수를 놓고선 여전히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칠레 당국이 집계한 공식 사망자수는 452명이다. 한때 칠레 당국은 사망자가 700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가 실종자 수를 잘못 집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지에선 사망자가 700명을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모 8.8의 유례가 드문 강진도 문제였지만 뒤이은 쓰나미로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구 20만 이상의 도시 콘셉시온이 크게 파괴됐으며 어항 콘스티투시온과 펠루우에선 강진과 뒤이은 쓰나미로 대형 어선들이 물에 휩쓸려 육지로 올라오고 자동차들이 부서진 가옥의 지붕 위에 얹혀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 목격될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
강진 직후 칠레 당국이 쓰나미 경보를 빨리 발령하지 못한 것이 사상자가 늘어난 원인이 됐다.
칠레 현지언론 '디아리오 피난시에로' 인터넷판은 보험업계가 보험 가입자에게 지불할 보험금이 50억∼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진 아직 '진행형'..수년간 이어질 듯
강진 발생 이후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 종료'보다는 '현재 진행형'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
강진 이후 관측된 규모가 큰 여진만 200여 차례. 다행히 큰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칠레 국민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피녜라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11일에도 규모 6.0~6.9의 여진이 수차례 발생해 한때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21일에도 규모 5.7과 5.5의 여진이 잇따라 발생해 칠레를 뒤흔들었다.
지진학자들은 앞으로도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십 년 동안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말 지진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여진도 규모나 빈도 면에서 일반적 여진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진 지역에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칠레 보건부는 비오-비오, 마울레, 오히긴스 등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서 식수 부족에 따른 질병 확산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최근 밝혔다.
칠레 강진은 지구 자전축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이 때문에 하루 길이가 100만분의 1초 정도 짧아졌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은 지구의 자전축이 8㎝가량 움직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칠레 제2 도시 콘셉시온이 서쪽으로 3m가량 이동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 피녜라 신임 대통령 "재건 최우선"
11일 취임한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강진 후 칠레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그는 12일 취임 후 첫 각의를 소집해 "강진.쓰나미 피해복구 및 재건을 최우선 하겠다"고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특히 강진으로 파괴된 인프라 시설을 복구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잇따른 여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칠레 정부는 최근 학교 및 주택 재건과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춘 1억1천만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태평양 연안 도시의 어민들을 도우려고 선박 구입비용으로 1인당 4천달러를 지원하고 6만개의 일자리도 새로 창출할 방침이다.
칠레 정부는 구리 채취 기업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각국의 칠레 주재 외교사절과 만난 자리에서 지진 이후 세계에서 쏟아진 지원에 감사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는 향후 대외정책 기조로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를 들면서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전력.구리산업 재가동 관건
칠레 재건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척되는지는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지를 보면 된다. 피녜라 대통령은 "앞으로 최소한 6개월간은 전력공급이 불안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4일 밤 8시50분께부터 전 지역에서 최소한 1시간 이상 정전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칠레 국민의 거의 9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 정부는 이번 정전이 지난달 말 강진과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칠레 경제의 견인차인 구리 산업의 재건도 중요 관심사다.
칠레의 구리 확인 매장량은 3억6천만t으로 2006년 기준 세계 1위였다.
국영 구리광산회사인 코델코가 정부 재정수입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칠레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광산 영업에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가 공급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전 세계적인 구리 공급 부족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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