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폭설과 꽃샘추위, 돌풍에 황사까지 잇따라 궂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3월 1일 첫날부터 눈이 내린 것을 시작으로 이달 들어 서울에만 벌써 6일이나 눈이 내렸습니다.
(3월 1일, 9일, 10일, 17일, 18일, 22일)
지난 22일에도 서울에 2.9cm의 눈이 내렸는데요, 3월 하순 기록으로는 지난 76년 이후 34년 만의 최대 적설입니다.
지난 12일 속초에서는 최고 초속 34.4미터의 강한 돌풍이 몰아치면서 철제 광고판이 힘없이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또 이달 들어 14일 동안이나 눈이 내린 대관령에는 무려 1m가 넘는 적설량이 기록됐습니다.
눈비가 사흘에 한번 꼴로 오면서 올 들어 평년의 두 배 가까운 강수량이 기록됐는데요. 따져 보면 이달 들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날은 일주일도 채 안 됩니다.

여기에다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20일에는 전국에 사상 최악의 황사가 찾아왔습니다. 흑산도의 미세먼지농도가 입방미터당 2847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는데, 관측 사상 최고로 높은 수치였습니다.
특히 이날은 우리나라 전역에 황사경보가 내려진데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주의보가, 전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까지 내려져 나들이 나선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특히 황사는 이달 들어서만 벌써 5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최근 이렇게 날씨 변덕이 심한 것은 우리나라 남북으로 두 고기압이 자리잡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먼저 하나는 올 겨울 한파를 몰고온 북극진동입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극지방의 기압계가 발달하면서 파 모양의 진동을 만들어 냅니다. 이 진동의 여파가 지속되면 극지방의 찬 공기를 막아주던 중위도 대기 상층의 제트류가 약해지고, 극지방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시베리아 기단을 확장시키면서 우리나라에 폭설과 한파가 찾아옵니다.

(북극 진동에 따른 북반구 기후의 변화 모습. 이 사진에서는 북극 일대의 기압이 내려갈 경우 유럽과 베링해 인근은 반대로 기압이 높아지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남쪽에서는 중태평양의 바닷물이 뜨거워지는 엘니뇨 모도키 현상이 영향을 줍니다. 엘니뇨 모도키가 발생하면 우리나라 남쪽의 태평양 상공에 해양성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남북에 각각 차갑고 따뜻한 고기압이 하나씩 자리잡게 됩니다.
결국 이 두 고기압 사이로 기압골이 자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에 눈비와 돌풍 같은 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사 역시 이런 기압골의 상승기류를 타고 발원지에서 높이 불려올라간 다음 기압골의 후면을 따라 한반도까지 따라 들어오면서 평년보다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런 궂은 날씨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이례적으로 불안한 기압배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날씨의 변덕도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25일)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또 한 차례 비나 눈이 오겠고, 주말에는 전국 대부분 지방의 기온이 다시 영하로 내려가는 꽃샘추위가 예상되는 등 궂은 날씨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의 기온과 강수량입니다. 평년보다 쌀쌀한 가운데 눈비가 자주 오면서 강수량은 평년이 두 배 가까이 기록됐습니다. 맑은 하늘은 3월 한달 동안 일주일도 채 안 됐습니다.)
어제(23일)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기후 전망에 따르면 다행히 다음달부터는 평년 기온을 웃도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지금처럼 우리나라 남북으로 두 고기압이 자리잡은 기압 배치가 4월 초까지는 일단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때에도 일시적으로 쌀쌀한 날씨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