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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개혁과 세종시

미국 정치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그 무엇

오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역사적 서명이라는 평가가 나오다 보니 서명식 자체가 또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더군요. 건보 혜택을 받지 못했던 시민들을 불렀고, 자기 서명을 하는데 무려 22개의 펜을 사용했습니다. 건보개혁 과정에서 수고한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겠다는 군요.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건보개혁 법안을 통과시킨 감격이 아직도 넘치는 듯 했습니다.정착촌 문제로 갈등이 깊어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지금 막 백악관에 왔는데, 친절하게 설득하고 있다는 뉴스 자막이 떴습니다.

기분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죠.

서명식을 지켜보면서 지금 한국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집권세력의 대응이 교차됐습니다.

건보개혁 법안 통과 과정은 한국 집권세력이 여러가지로 참고할 만 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먼저 오바마의 집요한 설득입니다. 우선은 야당인 공화당에 대한 접근입니다.

야당 하원의원들 정책세미나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상원의원들 세미나에도 가겠다고 했습니다.아직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리고는 백악관으로 공화당 지도부를 불러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 과정은 텔레비젼으로 생중계됐습니다. 공화당은 토론회후 "우리가 당했다."는 소회를 토로했습니다.

어차피 서로의 결론은 달라질 게 없지만,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오바마대통령의 전략에 당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정치인이다 보니 모든 행위에 정치적 목적이 없을리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오바마는 나름 진정성을 보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야당을 설득하는데는 명백하게 실패했습니다.

공화당 하원의원 178명 전원이 건보개혁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우리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얼마전부터 소강국면에 들어갔지만 당정의 세종시 수정안 국회 제출 소식으로 다시 세종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듯 합니다.

지난해 11월말인가 국민과의 대화에서 "저 하나가 좀 불편하고 욕먹고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이것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게 공식적인 첫 언급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런 대응방식은 '야당'이 아닌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결국 의지로 현실을 타파해 나가겠다는 전략입니다만,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미국과 우리의 정치문화, 의회 민주주의 성숙도의 차이가 존재하겠습니다만, 실용을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운찬 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그 역할을 대신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반응은 '글쎄요'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세종시 문제는 집권세력과 야당의 대결장이라기 보다는 집권 세력 내부의 갈등이 더 부각됐습니다.이른바 친박근혜세력이 야당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보여준 것이죠.

그래서 집권세력 주류측에서 세종시와 관련한 발언이 나올 때마다 야당의 주장은 묻히고 친박쪽,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목소리만 크게 전달됐습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중진협의체라는 것까지는 만들어졌지만, 성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오바마가 처한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하원의석은 253석으로 과반인 216석을 여유있게 넘기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건보개혁법안의 하원 통과 전망은 높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들은 각기 처한 사정을 강조하면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오바마는 직접 나섰습니다.

어떤 의원은 건보개혁 홍보를 위해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서 어디 도망가지도 못하게 하고 집요하게 설득했습니다.

어떤 의원은 백악관으로 불러서, 어떤 의원은 전화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표결직전에 7명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낙태 시술에 연방지원금,즉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지 않도록 행정명령으로 분명하게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 얻은 성과입니다. 과반에서 불과 3표 많은 찬성표가 나온 것만 봐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얼마나 강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이뤄낸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긴밀한 협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역사를 얘기하는 한편 현실 정치도 못지 않게 중시한 오바마의 실용전략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우리 집권세력안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났다는 사실도, 주류와 비주류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아내려 애썼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이 며칠 동안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그런 공개적인 토론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었는지는 불문가지입니다.

반대하는 쪽은 설득하는 쪽을 만나려 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결국 만나야 하는 필요성이 절박한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어야 하는 건데, 그런 모습이 없었다는 게 의아하기도 합니다.

역사와 현실은 대부분의 경우 어긋납니다.

국민들은 역사도 보고,현실도 보지만 현실에 더 무게를 싣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해 내기 위해서 집권세력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역시 쉽게 대답이 나오는 건데요, 행동은 어려운가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조해서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온 몸으로 돌파해 내려는 조력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바마와 친한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에게 전화라도 걸어서 건보개혁 입법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한껏 기분이 고조된 오바마대통령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을까요? 정치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치부 기자 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에 들어가면 현실보다는 역사와만 대화하려고 변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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