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출장 다녀온 지 꽤 됐다. 벌써 출장기 여섯 번째 글인데, 아직 출장기는 캘리포니아에 도착도 하지 못했다. 저간의 사정은 생략하고 빨리 캘리포니아로 날아가야겠다.
올해 TED는 2월 9일부터 13일까지 캘리포니아 롱비치 퍼포밍아트센터(위 사진)에서 렸다. 본래 몬터레이에서 열렸던 TED는 2009년부터 롱비치로 옮겨 열리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몬터레이의 회의장이 좁아 청중들을 다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롱비치 퍼포밍아트센터는 이름 그대로 공연장이다. 1300여석 규모의 극장과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2월 8일 롱비치에 도착해 짐을 풀고 2월 9일 오전 TED 행사장으로 향했다. 롱비치 거리 곳곳에는 TED 배너가 걸려 있었지만, TED가 열린다고 해서 특별히 시내가 인파로 붐빈다거나 시끌벅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본 세션은 2월 10일부터 시작됐지만, 9일부터 등록과 환영파티, 사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등록창구는 간이 천막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서 보던 다른 포럼들에 비해 굉장히 간소하다. 여기서 신분을 확인하고 뱃지를 받았다. 행사 기간 내내 착용해야 하는 이름표다. 그런데 이정애 기자는 출장 떠나기 직전에 사무국으로부터 '세션 패스'를 발급하겠다고 들었던 것과는 달리, 회의장 입장은 안 되는 TECH 패스를 받았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홍보 담당 로라를 만나 이 문제를 확인하기로 했다.
활달한 인상의 로라는 만나자마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수현'이나 '정애' 같은 한국 이름도 어려움 없이 발음했다. 한국인 친구들이 많단다. 로라에게 패스 문제를 물었다. 로라는 '처음부터 프레스 패스는 한 사람한테만 발급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세션 패스는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오기 전에 들었던 것과는 다르지 않느냐고 따져봤다. 로라는 '결정하는 사람은 난데, 나는 그런 얘기 한 적이 없다'면서, 누군가 사무국 아랫 사람이 잘못 알고 세션 패스를 지급하겠다고 얘기한 것 같은데, 그건 착오였다며 '1사 1패스'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고집했다. 아무리 얘기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인터뷰 룸과 기자실은 회의장 지하에 마련돼 있었다. 솔직히 열악한 환경이었다. 포럼 강연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긴 했지만, 그리 크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휴대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회의 기간 내내 전화 통화를 해야 할 때면 아예 위층으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기자실 주변에서 전화기를 높이 들고 전파 수신 상태가 좋은 곳을 찾아 다니곤 했다. 기자실 옆에 마련된 '방송용 인터뷰 룸'은 어둡고 침침한 방이었다.
로라는 우리를 CNN 취재팀에게 소개시켜 줬다. "CNN도 SBS도 전부 TED Virgin(‘TED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야!" 하면서. CNN은 세 명을 파견했는데, 취재 기자 두 명과 카메라 기자 한 명이었다.
취재 기자 한 명은 회의장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패스를 발급받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이정애 기자처럼 TECH 패스를 받았다는 걸 확인했다. '원칙'을 우리한테만 적용한 것은 아니었던 것.
로라는 본격적으로 세션이 시작되기 전에 회의장을 촬영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TED 참가자들은 휴가를 즐기러 오는 거니까 이 사람들을 방해하면 안된다'는 거다. 로라는 촬영을 하려면 자신에게 먼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인터뷰는 반드시 인터뷰 룸에서만 하라고 했다. 특히 빌 게이츠는 회의 기간 동안 미디어와 접촉할 생각이 없다고 미리 알려왔다며, 절대 촬영하거나 인터뷰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유명 인사를 보면 기자들은 당연히 욕심이 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다가가서 취재하려고 하면 절대 절대 절대 안돼! 알았지?"
<행사장인 롱비치 퍼포밍 아트센터 내부>
TED가 방송 기자들을 취재진으로 받아들인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에 대해 무진장 까다롭게 굴었다. 회의장 내부를 촬영할 수 없는 건 물론이었다. 미리 허가 받고 촬영을 할 때도 항상 홍보 담당 직원을 대동하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이 '카메라 마크맨'을 대동하고 로비에 설치된 기업의 홍보 부스들을 일단 취재하기로 했다. CNN 팀도 같이 나섰다. GE와 프록터&갬블, 노키아, 그리고 'The National Lab Day'라는 이름의 교육운동 단체가 설치한 전시 부스도 취재했다.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TED는 연사 뿐 아니라 청중도 모두 리더들이라 기업 홍보에도 최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컨퍼런스'라고 했다.
TED는 스폰서 기업들이 로비와 회의장 주변에 설치해 놓은 부스를 '친교 공간(Social Place)'라고 부르고 있었다. 스폰서 기업들은 이 친교 공간에 기업 전시물뿐 아니라 강연을 볼 수 있는 모니터와 편안한 의자들을 설치해 놓는다. 나중에 봤지만, 실제로 참가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포럼 기간 내내 이런 곳에서 강연을 즐겼다. 컴컴하고 폐쇄된 공간인 회의장 내부보다는,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셈이다. 모니터를 천장에 달아놓아 누워서 포럼을 볼 수 있게 해 놓은 곳도 있었다. (아래 사진)
회의장은 WIFI 환경으로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공용 노트북 PC도 곳곳에 놓여 있었다. 참석자들끼리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인터넷을 통해 TED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기 간편한 환경이었다. 특히 노키아 부스에는 TED 관련 ‘트윗(tweet)을 집계해 보여주는 대형 모니터들이 설치돼 있었는데, 현재 가장 많이 트윗되는 TED talk 순위, 전세계에서 TED 관련 트윗이 발생하는 지역과 횟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아래 사진, 모니터에 표시된 5천여 건의 숫자가 TED 관련 트윗수. 이 숫자는 본 세션이 시작되자 몇 만 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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