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을 때 팬들에게 최상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밴드를 해체합니다."
결성한 지 40여 년 만에 해체를 앞둔 독일의 하드록 밴드 스콜피언스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체의 변을 이같이 설명했다.
1972년 앨범 '론섬 크로(Lonesome Crow)'로 데뷔한 스콜피언스는 그동안 정규 앨범 21장, 라이브 앨범 등을 포함한 공식적인 앨범을 30여 장 발표하며 전 세계에 1억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 독일을 대표하는 하드록 밴드로 군림했다. 대표곡은 '홀리데이(Holiday)', '스틸 러빙 유(Still Loving You)',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 등.
그동안 원년 멤버인 루돌프 쉥커와 클라우스 마이네를 제외하고 스콜피언스에는 리드 기타리스트 2명, 베이시스트 6명, 드러머 5명이 거쳐 갔다. 인터뷰는 쉥커, 마이네와 진행했다.

"밴드 해체는 새 앨범을 만들면서 생각하게 됐어요. 매니저가 '이보다 더 훌륭한 앨범을 앞으로도 만들 수 있을까'라고 했는데 덕분에 '4∼5년 뒤에 우리가 지금처럼 만족스러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생각 끝에 우리 최고의 걸작을 만들고 영광스럽게 경력을 마무리 짓자고 결론을 냈죠."(쉥커)
"모든 예술가는 자신이 가장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을 거예요. 지금 스콜피언스의 상태는 최고이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지속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드록은 블루스와 다르게 에너지가 많이 요구되는 장르로, 나중에 힘이 부족해서 시들시들한 공연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팬들에게 '저 밴드도 한때는 대단했는데'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거든요."(마이네)
스콜피언스는 23일 국내 발매될 앨범 '스팅 인 더 테일(Sting In The Tail)'을 끝으로 데뷔 38년 만에 해체한다. 이들은 마지막 앨범에 대해 "기교를 너무 부리지 않고 록 본연의 모습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수록곡 중 '레이즈드 온 록(Raised On Rock)'과 '슬라이(SLY)' 등을 추천했다.
스콜피언스는 이 앨범을 끝으로 '겟 유어 스팅 앤 블랙아웃(Get Your Sting And Blackout)'의 이름으로 월드 투어를 다닐 계획이다. 이들은 무대 디자인과 장치, 폭발 효과, 비디오 장치 등을 통해 스콜피언스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의 느낌을 살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컨디션을 위해 멤버들은 각자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운동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 월드 투어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소련이 해체되기 전인 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펼친 러시아 공연이었다.
"독일 사람으로서 러시아에 간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죠. 부모님 세대만 해도 무기를 들고 러시아와 맞섰는데, 우리는 기타를 들고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잖아요.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죠. 특히 고르바초프 앞에서 공연한 팀은 우리가 유일했거든요."(마이네)

이들은 그룹을 해체하더라도 개별적으로는 계속 노래를 만드는 등 음악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네는 솔로 앨범을 낼 생각이고 쉥커는 동생과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한편 스콜피언스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스콜피언스는 해체를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그동안 성원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공연 등으로 한국에 여러 번 갔습니다. 당시 휴전선 부근에 갔는데 감동적이었어요. 독일도 분단의 아픔을 겪어왔잖아요. 한국도 언젠가는 통일해서 평화롭게 살기를 랍니다."(마이네)
"오랜 세월 동안 스콜피언스를 아껴주고 성원해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쉥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