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가 돌아온답니다.
숱한 여성들과의 불륜관계가 드러나면서 골프 중단을 선언한 게 지난해 12월이었죠. 석달만에 골프 복귀를 선언한 셈입니다. 마지막 공식대회가 지난해 11월 호주 마스터스였으니까 공식 복귀는 5달만이 되나요? 그 사이 우즈는 아내한테 혼나고, 병원 가서 치료 받고(섹스 중독증 치료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한테 빌고,아이들한테 잘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 듯 합니다.
하여튼 지금 프로골프계는 우즈의 복귀로 신났습니다. 시즌이 시작됐어도 팥없는 찐빵같은 느낌을 어쩔 수가 없었던 거죠. 말하기 부끄러운 섹스 스캔들로 스폰서도 떨어져 나가고, 마음도 정리 안되고 숱한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어려울텐데, 결단을 내려준 우즈가 고맙기도 할 법 합니다.
궁금증은 왜 우즈가 마스터스를 복귀대회로 선택했을까 하는 겁니다. 메이저대회로 치면 유에스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도 있는데 말이죠. 이 곳 사람들은 마스터스와 다른 대회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며 마스터스의 권위에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무엇보다 우즈 스스로 마스터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겁니다. 복귀 성명에서도 "마스터스는 내가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한 대회."라는 말로 마스터스에 대한 각별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97년 앳된 나이의 우즈가 무려 12타차로 내노라 하는 선수들을 2위로 밀어내고 우승하는 장면은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습니다. 메이저 14승중 마스터스에서만 4승을 거뒀으니 각별하기는 합니다. 비록 2005년 이후에는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미국 골프 전문가들은 또 이런 해석도 내놓더군요.
"US오픈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마스터스야말로 선수들의 정신과 경기력,그리고 완벽한 날씨가 더해져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 수 있는 대회다."
전설의 골퍼 아놀드 파머는 "마스터스는 어거스타 골프장측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통제한다."며 우즈의 선택이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찬성의사를 밝혔습니다. 본인이 주최하는 대회에 우즈가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연락했다면서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어거스타가 모든 걸 통제한다?" 바로 여기에 해답이 있는 듯 합니다. 마스터스를 현장에서 보려면 일반 골프팬들은 몇년전부터 예약을 해야 합니다. 취재기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방송사라고 해도 카메라기자는 입장이 어렵습니다. 필요하면 자기네한테 얘기해서 쓰라는 거죠. 기자들도 경기장면은 어거스타 내부에 설치된 기자실에서 봐야 합니다. 우즈 입장에서는 경기 외적인 게 더 많이 궁금한 기자들앞에 나서는 일이 조금은 줄어드는 거죠. 마스터스측은 이미 지난 주에 취재를 허락한 기자들에게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추가 신청이 봇물처럼 밀려들지만 무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마스터스에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못지 않게 기자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이 곳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즈가 마스터스의 전통을 따른다면 대회가 시작되는 4월 8일보다 이틀 앞선 4월 6일에 기자회견을 해야 합니다. 이 때 나올 질문이라는 게 충분히 예상가능한 것들이죠. 온통 불륜 얘기에 가정 문제, 스폰서들의 외면, 그런 것들이 당신의 경기력에 미칠 영향,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키고도 너무 빨리 골프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질문들. 하지만 우즈의 평소 성격으로 볼 때 그로부터 충분한 대답을 얻으려는 기대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다음 질문은 뭡니까?(Next question)"하는 얘기는 기대도 말라는 겁니다.
그리고 마스터스측이 그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교묘하게 차단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우즈가 고용한 백악관 공보수석 출신 홍보전문가가 어거스타측과 긴밀히 협의하겠죠.
또 하나 관심사는 아내 엘린이 어거스타에 나오느냐 하는 겁니다. 아마도 안 나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지배적이더군요. 그리고 대회 전에 열리는 파3 콘테스트에 우즈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습니다.통상 이 때 선수들은 자기 아들이나 부모, 친구등 사적인 사람들을 캐디로 해서 플레이를 하는데요(최경주 선수가 아들과 어거스타를 누비던 모습 기억나실 겁니다) 우즈는 가능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거죠.
마스터스의 전통인 챔피언 만찬에 대한 기대도 접는 게 좋을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 옆에 앉는 선수들은 할 말을 찾지 못해 고민할 거라는 얘기도요. "타이거, 어떻게 지냈어?" 그 다음에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타이거와 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그런 점에서 1,2라운드를 함께 경기할 선수들로는 우즈의 절친인 마크 오메라와 경험이 풍부한 프레드 커플수가 제격이라며 마스터스측에 은근한 압력을 넣는 기사들도 나오더군요.
어쨌든 골프황제답게 그의 골프 복귀 선언만으로도 미국은 온통 난리입니다. 그의 아버지 얼 우즈가 살아 있다면 지금 우즈에게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을 뒤지다 달린 댓글을 보면 미국인들은 "얼이 우즈에게 모든 걸 가르치지는 못했다."며 우즈에 대한 실망감을 피력하더군요. 그러면서도 그의 플레이는 계속 보고싶다는 엇갈린,복잡한 반응들, 이해됩니다. 이제 2주일 후면 골프장에서 우즈의 모습을 볼 수 있겠군요. 시련을 겪은 그가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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