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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 오선화, 박태혁.. 이완용

일본 상업주의, 극우세력의 '브랜드 허수아비'

김안나라는 여성 이름이 2010년 3월 15일부터 며칠동안 한국의 인터넷 검색을 달군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국의 유명 TV드라마에도 출연한 탤런트라고 한다.

일본 성인 비디오에 높은 수위로 출연했다고 해서 시끄럽다.

그런데 김안나가 예명인지 어떤지, 출연했다는 한국 TV드라마에서 무슨 역을 했는지, 정말 출연하기나 했는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 손바닥 만한 색안경으로 얼굴을 덮었을 망정 아주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다.

못 말리도록 검색 실력 뛰어난 누리꾼들이 뒤졌어도 명쾌한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 얼핏 비슷한 인상의 20대 무명 모델이 아닌가 추정되지만 진위는 분명하지 않다. 논란은 그치지 않고 인터넷 검색 순위는 수위를 달린다.

덕분에 '한국 탤런트 김안나'를 내세운 일본 성인물은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만큼 '한류'를 팔아대는 '김안나 성인물'은 일본에서 4월 발매를 앞두고 공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일본에서는 오선화(吳善花)라는 이름 한국 여자가 르포,다큐 작가로
나름 필명을 날리기 시작했다.

당시 30대 초반의 여자가 썼다는 단행본 '스카토노카제(치맛바람)'는 교묘하게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과장하거나 뒤틀어 그려냈다. 

한국을 눈 아래로 삐딱하게 보는 부류의 일본인들은 책을 통해 우월감을 확인하고 자기 도취 만족감을 누렸다. 오선화는 1983년에 일본으로 건너와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여군으로도 복무했고 일본에서는 호스테스 일도 해봤다는 나름 특이한 경력도 덧붙여졌다.

제 이름인지, 경력은 사실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일본이 한국과 아시아에 가한 침략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일본인은 많지 않다.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우기는 판이니 오죽하겠는가?  

그런 일본인들에게 오선화는 젊고 지성적인 한국 여성으로 통했다.

오선화가 썼다는 책과 글은 한일 관계를 독특하고 신선한 시각에서 풀어냈다는 평을 얻으면서 일본 서점가에서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다. 오선화는 일본 도쿄 타쿠쇼쿠 (拓植)대학 국제개발학부 교수 직함으로 2005년에  '반일 친북 한국의 폭주'라는 단행본을 펴냈다.

일제 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 추진하던 남북 교류 협력을 못마땅하게 깎아내렸다. 심지어 남북국가연합이 이뤄지면 전례없이 강고한 반일민족주의 국가가 등장해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의 지도가 일변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본 골수 국가주의,우익의 생각을 그대로 대변하는 내용이다. 한국과 한국인 바라보는 시각이 결코 곱지 않은 일본에서 오선화는 어떻게 생활 기반을 굳히고 일본 사회에 동화됐을까?

                 


박태혁(朴泰赫)이라는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미니쿠이캉코쿠진(醜 い  韓國人, 추한 한국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한일관계 현대사를 현저하게 왜곡한 괴상한 책의 저자 필명이다. 1993년에 1탄, 2년 뒤인 1995년에 속편으로 2탄을 내놓아 당시 한일 언론계를 달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태혁은 가공의 인물이다. '추한 한국인' 시리즈에 감수, 추천자로 등장하는 우익 성향의 외교평론가 '가세 히데아키 (加瀨英明)'가 저자다.

가세는 상업주의 출판사 고분샤(光文社)가 합작해 책을 꾸며내면서 안면이 있던 도쿄 거주 60대 한국인 남성 C에게 기초적인 한국 전통 문화와 역사에 관해 일본어로 원고를 써 오도록 시켰다.

C의 글을 가세는 고분샤와 함께 멋대로 자르고 덧붙여 한국이 일본 식민지배를 받은 덕분에 근대화를 이뤘다는 자신의 지론을 편다. 그러면서 가세와 고분샤는 C에게 '박태혁' 꺼풀을 뒤집어 씌운다. 

'저자 박태혁'은 '1931년 경기도 평택 출생, 서울대를 나오고 유명 신문사 기자로 근무한 뒤 평론가로 활동중'이라고 소개한다.  한국 지식인이 처음으로 일본 식민지배가 한국 근대화에 도움이 됐음을 고백한 책이라고 선전해 일본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C는 평택 출신도 아니고, 서울대를 나오지도 않았으며, 언론사 근무 경력은 가졌으되 취재보도 일선이 아닌 업무직이었다. 형편이 기울자 C는 일본으로 건너와 가세 무리와 어울리며 체류 비자 편의 신세도 지고 있었다. 가세는 자민당 중진 정치인, 일본 외무성 고위관리들과 끈을 달고 있다.

일본인들의 역사의식을 마비시키고 혐한주의를 부채질하는 일본 극우세력의 협잡 계략은 1995년 4월 SBS8시뉴스와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명쾌하게 드러났다.

대한제국의 국권을 일본에 넘긴 이완용을 비롯해 을사오적 매국노들을 가세와 일본 극우는 칭송한다.

제국주의가 횡행하던 시대에 일본이 한국의 후견인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한국은 훗날 공산주의 중국,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해 저개발 후진국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우긴다.

일본은 식민지배 기간 한국의 경제, 사회,문화 전반에서 근대화의 기초를 닦아주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905년 일본이 을사조약으로 한국의 외교권을 넘겨받고 이어 1910년 한국을 일본과 합치게 된 것도 한국이 스스로 간청했기 때문이라고 잡아뗀다. 청원 대열에 앞장선 이완용은 따라서 혜안을 갖춘 시대의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일본 극우세력의 수법이란 게 이렇다. 과거 식민지배를 당한 나라에서 만만한 사람을 찾아내 과거 침략역사를 합리화 정당화하는 언동을 시키는 것이다. 대가로 이완용에겐 거액과 함께 귀족 작위를 부여해 당대에 호사를 누리게 했다. 지금은 자기들 무리에서 지식인, 저술가, 명사 대우를 해주며 상당한 출판 강연 수입과 일본 체류 편의를 제공한다.

정상적인 역사인식을 내팽개치고 일본 극우에게 빌붙어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가리켜 MBC PD수첩은 '신 친일파'라고 이름 붙였다. 일본 상업주의 성인물에 옷 벗고 나서는 정체불명 '김안나'도 그렇고, 오선화, 박태혁에 이완용까지 이들은 모두 일본 상업 출판계, 극우파가 치켜올린 '브랜드 허수아비'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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