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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팔고보자 상술'에 애완동물 수난

열악한 상태서 거래돼 질병 감염과 생명 위협 우려

지난 1월 주부 김모 씨는 장 보러 경기도의 한 대형 할인점에 들렀다가 몹시 불쾌한 경험을 했다.

동물 판매코너에 진열된 햄스터들이 거의 움직이지 못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우리가 몹시 지저분한 것을 보고 업주에게 항의했다가 "영업하는데 방해하지 마라"는 말을 듣고 쫓겨나다시피한 것.

이런 사례를 신고하는 전화가 동물보호단체에 수시로 접수되고 있으나 관련법규의 미비로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지난 달 말에는 동물사랑실천협회에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좁은 어항에 물고기가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아 표피 색까지 변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마트에 개선을 요청했으나 마이동풍이었다.

가정에서 애완동물을 사육하는 가구가 400만 세대에 달하고, 해당 동물 수가 500만 마리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오늘 날 대형마트의 일단 팔고 보자는 상술에 애완동물들이 수난을 겪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동물 학대 논란이 커지자 시민단체와 동물애호가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국동물복지협회 전경옥 국장은 "다양한 동물이 있는데도 업주가 사람을 많이 고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동물이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데 이런 동물들을 어린이가 쉽게 접촉하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대형 마트의 특성상 손님들이 지나가면서 동물을 만지거나 유리창을 두드려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이혜진 팀장은 "햄스터나 토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는데도 정확한 사육정보를 주지 않은 채 '쉽게 기를 수 있다. 먹이만 주면 된다'는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팔린 동물은 소비자의 관리 소홀로 죽을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동물을 일반 상품처럼 쉽게 사고파는 분위기 탓에 생명경시 풍조가 커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달 동물 애호 카페에 "직원이 토끼에게 어떤 주사를 맞혀야 하는지도 잘 모르더라. 해당 동물에 대해 좀 알고 팔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동물 학대 사례는 15일 연합뉴스 기자가 취재한 서울의 일부 대형 마트에서 쉽게 확인됐다.

때가 낀 우리 안의 동물들이 축 늘어진 채 기운이 없었고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으나 대부분 직원 1명이 넓은 매장을 지켜 다른 업무를 보느라 동물의 접촉을 제지하지 못했다.

어떤 마트에서는 직원이 "토끼가 배탈이 나서 다른 토끼들도 문제가 생길까 봐 격리하려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온종일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키우면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원들은 "적당히 주사 맞히고 먹이 잘 주면 된다"고 답할 뿐이었다.

두 자녀와 마트를 찾은 고은정(32.여)씨는 유리로 만든 우리를 두드리는 아이들을 말리며 "동물들이 온종일 갇혀 있는 모습을 보니 측은하다"며 "아이들까지 와서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 당국이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

동물보호법상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 되고 채광 및 환기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격리실은 전염성 질병이 다른 동물에게 전염되지 아니하도록 설치돼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시행규칙이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전 국장은 "보통 물리적 폭력을 가할 때만 학대로 보는데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폭력도 학대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리 기준도 강제력을 지닌 좀 더 구체적인 규정으로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동물복지협회는 동물 학대 제보가 잇따르자 이달 중 서울시내 대형 마트의 동물 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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