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경식품박람회 현장, 3월2일~5일 일본 도쿄 지바현 컨벤션센터>
2010 동경식품박람회 취재기 <제1탄···막걸리의 희망과 도전>
"매운 한국음식에는 막걸 리가 제격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막걸리를 마셔요."
4년 전 한국음식이 좋아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는 네기시 마이코씨. 그녀는 자신의 일본어 이름 밑에 한글이름도 함께 적어줬다.
한국음식이 좋아 어렵다는 한글까지 배운 것. 맞은편에 앉은 친구 또한 4월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란다.
'도대체 여기가 일본 도쿄 한복판 맞아?'...
기자가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막걸리 전문 한국음식점의 손님들 대부분이 일본 사람들이었는데, 모두 막걸리에 두부김치, 돼지두루치기 등 한국음식을 먹고 있었기 때문. 일본의 막걸리 열풍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막걸리 수출은 지난 2002년 119만달러로 100만달러를 돌파한 이래, 2008년 442만달러, 2009년 628만달러에 이어, 올해 1천만달러 달성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수출된 막걸리 가운데 90% 가량인 540만달러 어치가 일본에 팔렸다. 그만큼 일본은 우리 막걸리 수출의 전진기지나 다름 없는 것.
일본에서 '이동막걸리'란 브랜드로 10년 넘게 막걸리 사업을 하는 '(주)이동재팬' 김효석 사장은 일본 막걸리 열풍의 산증인이다. 그는 지난해 15억엔 막걸리 매출액 가운데 1억엔을 TV광고비에 지출했다. '마꼬리, 마꼬리, 이동마꼬리..' 단순하면서도 정겨운 멜로디가 기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주부와 젊은 여성을 모델로 막걸리가 피부에 좋고 살아있는 효모로 건강에 좋다는 점을 CF에 녹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20억엔 매출액 가운데 1억5천엔~2억엔 정도 광고를 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계획이다. 김 사장뿐만 아니라 10여개 국내 주류업체들도 올해 일본 막걸리 시장에 본격 뛰어들 참이다.
2010 동경식품박람회(Foodex Japan)에 참여한 이들 업체 가운데 규모가 큰 진로하이트가 처음 참여했다. 그만큼 일본의 막걸리 시장은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7년 일본의 주류시장 규모는 6조원 가량. 일본으로의 막걸리 수출액의 6천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래서 올해 식품박람회에서 이들 업체들이 선보인 막걸리는 단감, 배, 복분자, 포도, 자색고구마, 매생이 등 과실과 해조류를 첨가해 맛과 영양을 살린 것들이었다. 주재료인 쌀막걸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막걸리로 일본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것.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막걸 리가 일본 주류시장에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일본의 막걸리에 대해 좀 냉정해보기로 하자.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에서 막걸 리가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아직도 막걸리가 술인지조차 모르는 일본인이 많다.
아직 일본 전역에 막걸 리가 소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동재팬의 김효석 사장이 TV광고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아직 막걸리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 때문. 막걸리 수출을 돕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 산하기관 농수산물유통공사도 올해는 막걸리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예산을 더 늘려 잡았다. 자칫 막걸리 인기에 취해 홍보를 포함한 다른 노력들을 기울이지 않으면 막걸리는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많은 한국 업체가 일본 시장에 한꺼번에 진출할 경우 자칫 막걸리의 저변 확대는 고사하고 경쟁 심화에 따른 막걸리 단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정부와 업계 모두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이런 우려를 많은 현지 업계 관계자들이 귀뜸해줬다. 또 가장 맛있는 생막걸리의 경우 유통기한이 길어야 한 달 정도여서 맛은 유지하면서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개발도 서둘러야하겠다.
막걸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알콜 도수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6도 정도로 적당하고, 맛이 있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천연 재료들을 첨가해 건강에 좋다. 한류열풍이 이어진다면 막걸리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일본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겪고 있고, 일본의 경쟁자들이 추격해올 경우 우리 업체들의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치가 '기무치'로 변해 일본에서 팔리듯이 말이다.
그래도 희망을 갖자. 가장 서민적인 우리 막걸리가 일본열도를 점령하는 날까지 정부와 업계 모두 분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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