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박연차 게이트로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검찰은 지난 1월 새로운 보도준칙을 내 놨습니다.
기소 전에는 어떠한 수사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공보담당관만이 언론을 접촉하며 소환·압수수색·체포 등 과정에 사건관계인에 대한 일체의 촬영을 금지한다 등의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준칙이 생기기 전에도 기소 전에는 어떤 수사 내용도 검찰이 '공개' 한 적이 없고 공보담당을 하는 차장검사만이 언론을 접촉했었죠. (물론 새 준칙에도 모든 항목에 예외를 규정했습니다만...)
하지만 새로운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개별적으로 언론을 접촉한 검사나 수사관은 감찰대상이 되고 추측성 보도나 오보를 낸 기자는 청사출입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마땅한 기준도 없고 판단 주체는 물론 검찰이겠죠.
결국 검찰의 논리는 "우리가 이야기해줄 때까지 언론은 조용히 입다물고 있으라"는 이야기죠.
당시 서초동 출입기자들은 적잖이 반발했었지만 담당이 아닌 저는 '이런 것이 생겼구나' 하고 넘겼었는데요. 막상 제가 이 준칙의 대상자가 되고 보니 이런 저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제가 담당하고 있는 이 곳에서는 '교육청 비리'수사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수사 내용에 대해 브리핑은 없지만 매일 여러 기사들이 각 매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무엇이 맞는 보도인지 틀린 보도인지 자체를 알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거의 확인을 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무 이유 없이 청사 출입까지 제한하고 있어 검찰청 안에서 과연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저희들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국민들께서도 당연히 아실 수가 없지요.)
검찰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수사해 뿌리깊은 교육계의 비리를 밝혀내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하지만 검찰도 자신들 입맛에만 맛는 외부가 아닌 세력의 견제도 필요하고 언론과의 적절한 긴장도 필요합니다. 검찰이 벌이는 모든 수사가 절대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만 해도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지만 당장 장학사 승진을 대가로 장학사에게 돈을 건넨 일선 교사 4명 가운데 2명은 기소됐고, A,B씨 2명은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A씨의 공여액은 2천만원으로 4명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검찰은 "사건의 제보자인 만큼 기소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이미 기소된 상황에서 A씨를 기소하지 않는 것은 돈이 오고간 구체적 증거가 없는 장학사 재판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증인이고 공소유지를 위해서라고 생각이 됩니다. 법적용의 형평성에 문제가 될만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죄협상 즉, 플리바게닝 제도가 없습니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기사를 쓰면 추측성 보도로 판단돼 청사접근이 안되려나요?^^
몇년 전 서초동 검찰청을 출입할 때 만났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납니다.
"검찰이 불러주는 것 받아쓰기만 하려면 기자실이 검찰청 안에 꼭 있을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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