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부제가 오늘 취재파일의 내용을 압축한 두 마디입니다.
# 1.
한국에 외국인노동자가 유입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이제 데리고 들어온 자녀들 외에 이땅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학교에 갈 나이를 훌쩍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고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외국인노동자가 자녀를 데리고 입국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들어올 때는 관광비자로 옵니다. 법정 체류기간이 지나면 불법체류자가 되죠. 불법체류자가 한국땅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역시 아이는 나면서부터 불법 체류가 됩니다. 이땅에서 태어났다고 국적을 취득할 수도 없습니다.
일단은 '불법'이기 때문에 법무부가 단속을 하기는 하지만, 불법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수십만 명이라고 합니다. 뿌리뽑아야할 '불법'은 아니라는 반증일까요, 암튼 불안한 신분 속에 일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죠.
이들의 자녀는, 어디 등록된 것도 아니지만 대략 2만 명을 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국내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아이들이 천여 명이라고 하니까 나머지는? 취학 연령이 안된 아이들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2.
현행 법으로도 불법 체류 아동이 학교에 다니는 건 '가능'합니다.
최근 수년간 불법체류 아동의 교육이 문제가 되면서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서 학교장 재량으로
불법체류 아동도 입학이나 전학을 시킬 수 있도록 했고요, 또 이 아동들이 호적이 없고 외국인 등록번호도 없어서 입학 통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2008년에 거주 사실만 확인되면 입학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문제는 '가능'에 있습니다.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놨기 때문에, 사실 학교장이 거부하면 학교에 못 다닙니다. 어느 학교장이 아이가 학교에 가겠다는데 거부하겠냐 싶겠지만,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합니다.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할 것이다, 언어능력이 안된다 같은 이유도 있고,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이유도 있다고 하네요.
또 다른 법과의 마찰 문제도 있습니다.
시행령보다 상위인 출입국관리법 84조에서는 공무원에게 불법 체류자를 발견하면 즉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육공무원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 불법체류 아동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교사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 조항을 어기고 있는 셈이지요.
요행히 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부모나 아이나 체류가 불안정하다보니까 늘 불안합니다.
취재 중에 만났던 한 몽골 소년은 저랑 만나고 이틀 뒤 몽골로 출국했습니다.
이 소년의 부모는 2년 전, 1년 전 차례로 법무부 단속에 걸려 추방조치됐고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다 겨우 중학교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 겁니다. 이 소년은 그래도 몽골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았지만,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애들, 모국어는 잘 못합니다.
돌아가서 혹은 처음 가보는 나라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것도 한국보다도 대개 발전이 더딘 나라에서?...
한 아이는 "돌아가면 미래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 3.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이렇습니다.
특히 미국의 이런 제도 덕은 일찍 이민갔던 우리 동포들이 많이 봤다죠.
1989년 채택된 <유엔 아동 권리에 대한 협약>은 아동에 대해 성별, 인종, 종교, 출생국가 등에 따른 차별없이 교육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누리도록 해주도록 돼 있는데요, 한국도 1991년 가입해 올해로 20년 됐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 4.
18대 국회에서는 작년에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고,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이주아동 권리보장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동성 의원안에는 이주아동의 교육권, 의료권을 모두 보장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어 더 포괄적인데요,
일단 문제는 주무부처들이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다 일리가 있습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현재도 입학이 가능하다면서 적극적이지 않고요,
법무부는 아동 교육권을 보장하려면 결국 체류 허가를 부분적이라도 해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부모 체류도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불법체류자의 체류 연장이나 합법화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런 지적을 말끔히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문제가 '덜' 되도록, 현재도 조정 중이지만,
정치권에서 묘안을 짜내주기 바랍니다.
# 5.
사실 더 큰 걸림돌이라면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 같습니다.
어제 이 리포트물이 방송된 뒤 한 포털사이트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불법이라면 당연히 추방해야 된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동정은 필요 없다"
"너네 나라 학교나 가라"
"불법 체류 안하면 되잖아"
...
또 "한국 아동 교육도 제대로 못하는데 외국 애들은 우리 애들부터 해놓고 난 뒤에 해야한다"는 의견들도 있는데요, 어느 정도까지 해놔야 불법 체류 아동들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갈까요.
국가의 품격을 높이자, 국격을 높이고 일류국가를 만들자는 말들이 많은데 적어도 이땅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