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옥상옥(屋上屋)'의 미학
흔히 비효율적인 일처리를 말할 때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말을 쓴다.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의미로 불필요하게 이중(二重)으로 일을 한다는 뜻이다. 이런 업무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곳이 바로 '국회'다. 했던 이야기 또 하고 했던 이야기 또 하고 쟁점 법안의 경우 길게는 1년 넘게 똑같은 논리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세종시 논의를 위한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26일 끝났다. 친이.친박.중립의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참여하는 중진협의체를 구성해 추가논의한다는 게 결론이다.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선 '닷새동안 90명 넘는 의원들이 발표하고 토론하고도 무슨 논의를 더 한다는 거냐'고 따질 수 있다. '옥상옥'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사실 중진협의체에서 원안이나 수정안이냐에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추가 논의를 한다는데는 이의를 달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에서 '대화'는 금과옥조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은 그 다음이다.
국회는 기업이 아니다. 기업의 목표가 주주의 이익의 극대화라면 국회의 목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이해관계의 조정이다.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을, 차선도 안된다면 최악을 막는 게 목적이다. 비효율에 따른 대가를 치르더라도 서로의 이해관계를 녹여낼 수 있다면 감내해야 한다.
'중진협의체 구성합의'는 그런 차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당장의 파국은 막은 만큼 이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면 되지 그게 무슨 성과냐고 다그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에는 정답이 없다.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나의 의견"만이 있을 뿐 "내 답이 정답"은 아니다.
어떤 정책도 해보지 않고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그냥 밀어붙인다면 '독재'가 된다.'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있지만 이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한다. 남용하면 '소수에 대한 배려'라는 또 다른 가치가 손상된다.
따라서 이번 '중진협의체 구성'도 '옥상옥 미학'의 결과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중진협의체는 또 어떤 결론을 낼 수 있는가. 또 다른 시간 끌기만 할 것 아닌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수결을 미뤄준 쪽에서는 이런 '절차적 합의'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명분이 되기도 한다. 노력할 만큼 했다는...
어떤 형태로든 절충안을 마련하자는 친이쪽과 절충안도 결국 수정안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는 친박쪽의 의견 대립이 아직도 팽팽하다. 그 만큼 중진협의체가 운신할 폭도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결국 정면충돌로 결론이 날지 또 다른 묘수를 찾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으로서는 6월 지방선거로 또 한 번 결론을 미루는 '절차적 합의' 내지는 '절충안'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이다. 표결 강행이 불러올 파장과 실제 국회에서의 통과 가능성이 낮은 점 때문이다. 내용상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지방선거 이후 연기'든 '표결 강행'이든 깔끔한 해결은 어렵게 된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로 이렇게 끊기있게 논의할 만큼 우리 정치도 성숙했다는 우호적인 평가도 있다. 정치는 '대화의 미학'이자 '옥상옥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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