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5일 사형제도에 대해 13년여 만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사형제 폐지가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 내에서도 사형제가 축소개선 내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늘었지만, 사회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은 존속 가치가 더 크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흉악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면 생명권을 제한하는 사형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여전히 우세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합헌 결정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민형기, 송두환 재판관은 "사형 대상 범죄를 축소하고 관련 형벌조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존치된 사형제 조항에 대해서 국민적 여론과 시대 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입법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축소개선 혹은 폐지해야 한다는 촉구성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 재판관 다수는 법리상 헌법 제110조 제4항을 근거로 현행 헌법이 사형제도를 명문화하지는 않아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헌법상 생명권도 예외적인 경우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사형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시대적 상황이나 국민의 법감정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위헌 결정은 헌재가 시대적 상황 변화를 반영해 입장을 바꾼 결과였다.
헌재는 앞서 1996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에도 "우리 문화수준이나 사회현실에 비춰 당장 무효로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사형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헌재는 이번 선고에 앞서 첫 합헌 결정 이후 13년여 동안 사형제에 대한 국민 법감정의 변화와 사회적 성숙도를 먼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전 세계 90여개국이 사형제를 완전폐지하는 등 반문명적인 형벌이라는 점이 분명하고, 우리나라 역시 이를 수용할 여건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흉악범들을 영구 격리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반면 사형제 옹호론자들은 매년 1천여 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사형제 폐지를 검토할 상황 변화가 없고, 범죄예방 등에서 사형제를 대신할 수단이 없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가 형벌권을 관장하는 법무부도 이러한 사형제 옹호론 쪽에 서 있다.
헌재는 다시 한번 사형제에 대해 존치를 결정했지만, 앞으로도 사형제의 존폐 여부는 시대적 상황과 사회 여론의 향배에 따라 계속 저울질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헌재 '사형제 유지' 여론 여전히 우세 판단
사형제 폐지 시기상조…존폐논의는 계속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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