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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말씀, '진실 게임'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있죠?

말이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어 그 자체의 뜻과 행간의 뜻, 또 뉘앙스라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치부에 와서 취재를 해 보니, 정치인들의 말이라는 것이 정말 '어 다르고 아 달라' 서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걸 이용해 알아서 들으라는 식으로 공방을 이어가기도 합니다.

요즘, 세종시를 둘러싸고 친이-친박간의 갈등이 고조되다 보니, 말의 뜻, 진의를 놓고 서로 진실게임을 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집니다.

다음의 말을 보시죠.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 얘기하면  또 원안, 수정안 놓고 서로 입장만 확인하는데..'해서  만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는 입장을 다 얘기해왔는데 잘못하면 입장차이 확인했다는 여론만 있게 되어 만나지 않는만 못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위의 말은 정몽준 대표가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는 박근혜 전 대표와 회동 무산에 대한 배경이고, 아래 말은 전에 박근혜 대표 비서실장으로 있던 유정복 의원의 말입니다.

정몽준 대표는 자신의 말이나 유정복 의원의 말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고, 유정복 의원은 정 대표가 회동무산을 박근혜 탓으로 돌렸다면서 박 대표는 안만난다고 한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대표는 억울했는지, 다음의 일화도 공개했습니다.


<당대표 취임 직후 박근혜 전 대표와 40분간 차를 마시고 나온 뒤>

기자 : "박근혜 전 대표가 재보궐 선거를 도와주신다고 했습니까?"

정몽준 : "박 전 대표가 마음속으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이 말은 박 전대표가 정몽준 대표와의 회동에서 재보궐 선거에 어떤 형식으로든 힘을 보태주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어 기사화 됐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지 않는 가운데 정 대표가 딱 이말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로 부터 이후 항의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박근혜: "나는 선거에 관여 안 한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말했나"

그런데 정몽준 대표의 해명이 재밌습니다.


정몽준: "우리당 후보 마음 속으로 잘 되길 바라겠지, 그게 아니란 겁니까?  그럼 '박 전대표가 우리당 후보가 잘 안되길 바라겠죠' 라고 말했다면 맞는겁니까?"

아... 정몽준 대표의 말도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지적하는 부분도 이해가 갑니다.  

도와준다고 물었는데 "잘되길 바라지 않겠나?" 했으니, 그건 도와주지 않겠느냐라는 말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정치판에서는 워낙 선문답이 오고 가기 때문에 이 정도 답이면 기자들은 아, 긍정적이구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정 대표가 억울하다고 하는 이 대통령과 박근혜 회동 무산관련 발언도 마찬가집니다.

어느 한편에 책임을 돌리는 말을 해놓고 자신은 모르겠다고 하니 조금은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그렇지만 왜 정치인들은 항상 말을 명확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불만도 품게 됩니다.

뒷일을 알 수 없고 자신의 말을 주워담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또 자기 뜻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문답을 주고 받으며 뉘앙스로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선문답은 일면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품고 있는 그릇 만큼 뜻을 풀이할 수 있고, 듣는 자는 듣고 못 듣는 자는 못 듣는. 그런.

그런데 우리 정치판은 '그럴듯한' 선문답, '책임회피형'선문답만 오고 갈 뿐, 진정한 고수들의 무릎을 치게 하는 대화는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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