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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련,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다

외교문서 공개② - 중월전쟁

외교문서 공개 두번째, 이번엔 중국-베트남 전쟁 편입니다.

중국-베트남 전쟁,,, 다소 생소하죠?

중월(中越) 전쟁이라고도 하는데요, 1979년 2월 17일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을 말합니다.

베트남의 화교 대량 추방과 중-베트남 국경지대에서의 군사충돌이 전쟁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는데요. 그 이면에는 당시 공산권 국가들을 양분하고 있던 소련과 중국의 대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국-베트남 전쟁을 중-소 대립의 축소판이라고 보는 시각도 이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시 중국은 국경 부근의 베트남 군사시설을 파괴하고 지방도시를 제압한 뒤 3월 6일 철수했습니다. 하지만 전쟁 도중 중국과 소련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3차대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 "소련, 중국 응징 검토"

79년 2월 17일 전쟁이 발발하자 우리 외무부 장관은 주유엔 대사를 포함한 각국 대사들에게 긴급 전문을 보냅니다.

'사태의 진전을 예의 주시하고 주재국 정부와 언론계의 반응을 수시로 긴급 보고하라'는 것.

북한과 밀접한 나라들이다보니 우리 정부의 관심도 각별했겠죠. 또, 당시엔 중국이나 소련과 수교가 맺어지지 않은 때여서, 일본 등 주변국들의 한국 대사관과 외신 보도 등을 통해 중국과 소련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하루에도 수십건의 보고가 외무부 장관에게 올라왔습니다.

 


전쟁 발발 이틀 뒤인 19일 외무부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보고합니다.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과 이에 따른 캄보디아의 친중 폴포트 정권 붕괴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함》

이어, '베트남의 배후에 소련이 있다'고 보고하고, 이번 침공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북한이 종전대로 중국과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을 지지할 경우 북한의 대소, 대베트남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당시 베트남은 공산권 국가를 양분하고 있던 중국과 소련 가운데, 소련을 지지함으로써 중국의 미움을 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련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베트남 침공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2월 19일자 일본 조간신문들은 다음과 같이 보도합니다.


《소련이 타스 통신을 통해 중국군의 베트남 공격을 비난하고 즉시 철수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련이 베트남과의 우호협력 조약 의무를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 조약의 '유사시 긴급협의' 조항에 따라 소련군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면 지원할 것이며 베트남의 안전 보장은 소련이 공동 책임을 갖고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즉, 중국이 철수하지 않으면 소련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입니다.

런던이브닝뉴스의 모스크바 특파원은 '중국의 베트남 침공 이후 소련군에 대한 휴가가 취소되고 휴가 중인 군인에 대한 소환 명령이 내려졌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투태세 준비 1호 명령이 내려진 것 같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소련 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지는 '너무 늦기 전에 중국은 베트남에 대한 오만한 공격을 중지하라'고 경고했고, 이어 UPI 통신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소련이 ▦북부 베트남에 배치 중인 소련 기동함대에 의한 대중국군 함포 사격 ▦대베트남 최신 무기 공수 ▦중-소 국경의 65만군을 동원한 대중국 응징 공격 등 3단계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2월 21일 소련은 태평양 함대 소속 1만 6천톤급 순양함 1척과 미사일 적재 구축함 1척을 남중국해로 이동시켰습니다. 당시 베트남 해역에는 소련 군함 12척이 배치됐고, 중-베트남 개전 이래 두번째로 베트남 국경지대와 베트남 근해에 장거리 대형 정찰기를 띄우기도 했습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북경 비밀군사 보고서 내용'이라며 AFP 통신이 북경발로 보도한 내용입니다.

《중국이 소련군의 측면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소련 접경지역인 신강과 탄주, 심양 등 3개 군구에 1급 전쟁 경계태세령을 하달했다.》

◆미국도 항공모함 배치

상황은 소련이 미국을 끌어들임으로써 더욱 복잡하게 돌아갑니다.

소련 프라우다지는 '중국의 베트남 침공은 베트남에서의 패배를 복수하려는 미국 친구들에 의해 고무됐다'고 비난했고, 주프랑스 베트남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묵시적 승인아래 중국이 베트남 공격을 개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미국은 '아시아 공산국가들간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불개입을 선언했습니다.

다음은 당시 카터 미국 대통령이 2월 20일 애틀랜타 조지아 공대에서 연설한 내용입니다.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략과 중국의 베트남 국경 침투는 남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미국은 아시아 공산국들간 싸움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현 사태가 미국의 국가이익에 직접 위협을 주지 않는다. 미국은 분쟁지역의 기타 국가와 타지역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깊이 우려하며, 미국의 국가 이익에 대한 어떤 도전에도 대처할 만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소련은 카터 대통령의 연설 내용도 문제삼았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침략자로 비난하지 않은 것은 중국의 베트남 침략을 정당화하고 중국에게 더 이상의 침략행위를 고무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미대사가 외무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한 날 밤, 카터 대통령은 국가안보 긴급회의를 소집해 미국의 6개 정책 방향, 즉 ▦직접 불개입 ▦양당사국의 절제 촉구 ▦소련의 개입 방지 ▦베트남군의 캄보디아 철군 및 중국군의 베트남 철수 촉구 등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바로 '소련의 개입 방지'입니다.

2월 23일자 외무부의 분석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습니다.

《미국은 소련의 중-베트남 분쟁 개입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유사시에 대비해 2척의 항공모함(코스텔레이숀, 미드웨이)을 주축으로 한 서태평양 함대가 일본, 필리핀 등에서 준비태세에 있으며, 항공모함은 24시간 비상대기 태세에 있다.》

중국이 소련과 전쟁을 벌이고, 미국이 중국을 돕는다?

지금의 국제 관계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련이 중국을 공격했다면, 우리도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 르몽드지의 사설에는 다음과 같이 실렸습니다.

《소련의 반응에 따라서는 3차 대전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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