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어제, 국민은행 IT개발팀장이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졌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경찰은 부검 결과 외상이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국내 최대 은행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이, 왜, 설 연휴 마지막날 스스로 투신하는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요.
소식에 전해지자 온갖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일단 '과중한 업무부담' 때문이라는 설.
국민은행은 2~3년전부터 6000여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새 통합전산망을 개발해 왔습니다. 설 연휴를 이용해서 인터넷 일부 거래를 차단하고 차세대 통합전산망 교체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 팀장과 동료들은 설 연휴에도 계속 근무를 했다고 합니다.
이 새 통합전산망은 설 연휴를 마치고 무사히 작동을 시작했고, 업무상엔 어떤 표면적인 문제도 없었습니다.
팀장이 주변에 업무 스트레스가 많다는 고민을 자주 토로했다는 얘기를 근거로 경찰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로 몰고갔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동료들은 그토록 열정을 다해 일했던 새 전산망이 구축되고 드디어 개통되는데,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그러자 최근 KB금융과 차기회장선임 등 여러문제로 갈등관계를 빚다 강도높은 검사를 강행한 금융당국쪽에서 원인을 제공한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등장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사전 검사를 시작으로 이번달 들어서까지 KB은행에 대한 검사를 벌였습니다. 폭넓은 검사 과정에 새 통합 전산망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됐고, 혹시 그 과정에서 뭔가 숨겨야 할 일이 불거졌고, 해당 팀장이 어떤 책임을 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게 아니냐는 시나리옵니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가 이례적으로 강도가 높았기 때문에, 조사 결과 전산시스템 관련해서 뭔가 법규 위반 사실이 드러나 고인이 압박감을 느낀게 아니냐는 추측입니다.
금감원은 펄쩍 뛰었습니다. 일부 기사에 금감원 이름까지 거론되자 이례적으로 '고인이 된 KB전산팀장의 사망과 금융당국은 전혀 무관하다'는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고인과 관련된 제재 등 어떤 절차도 진행한 바 없고, 고인을 금감원에 불러 조사한 사실도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국민은행측도 "고인은 여러 명의 프로그램 전문 개발자 가운데 한 명이며, 금감원 종합검사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왜 고인은 세상을 이리 허망하게 등진걸까요?
고인은 끔찍한 시도를 하기 직전에 동료에 전화를 한통 했다고 합니다. '참 힘들게 일했다. 너도 잘해라' 그 정도의 얘기였다고 국민은행의 한 지인이 얘기를 해줬습니다. 고민을 더 상세히 토로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 때문인지 더 말을 잇지 않더군요.
그런데 고인은 동료에 전화는 했지만, 가족에게는 어떤 유서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자살 결심 동기를 더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국민은행의 또다른 한 지인은 고인이 상당히 완벽주의적인 성향이어서 스트레스를 남들보다 더 심각하게 무겁게 받은게 아니겠냐는 말을 했습니다. 부하직원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상사가 조직에 많은 현실 속에서, 고인의 경우 상당히 책임감이 강했다는 것입니다.
또 은행에서 평생 근무하다보면 조금의 오류나 실수도 큰 파장을 일으키는만큼 더 꼼꼼해지고 더 외부비판에 취약해지는 성향이 생긴다고도 말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승승장구하던 부사장이 스스로 자택에서 몸을 던져 사회적으로 충격을 줬습니다.
우리나라 자살이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빈번하다는 통계는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무덤덤하게 다가올 정돕니다. 하지만 개인이 사라진 가정, 조직, 주변 사람들, 심지어 그들을 모르는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그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고속성장'과 '실적', '경쟁', '살아남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화두가 돼버린 이런 단어들이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을 만들어버렸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양산하는 결과로 다가온 현실이 가끔은 섬뜩할 정도로 두렵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자살 뉴스, 사람들은 잠깐 놀라고 애도하고, 또 일상을 살아가겠죠.
국민은행 팀장의 자살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상념을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초부터 들려온 우울한 소식이 너무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위기에 직면할때, 너무 힘들때 이 팝송 가사 한줄을 떠올려봤음 합니다.
"Life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
한 은행원의 극단적 선택…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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