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년차 회사원 윤모(32.여) 씨는 지난달 말 부서장에게 조심스레 휴가계를 제출했다.
설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려 했지만, 연휴가 3일에 불과하다 보니 계획을 짜기가 어려워 연휴에 이어 16일 하루를 더 쉬기로 한 것이다.
윤 씨는 10일 "동료 중 연휴 전날이나 다음날 휴가를 쓰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더라. 휴가계를 늦게 내면 겹치는 사람이 많아져 휴가를 가지 말라고 할까 봐 일찌감치 제출했다"고 말했다.
유난히 짧은 설 연휴 탓에 휴일을 하루라도 늘리려는 직장인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중소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임모(35) 씨는 "연휴 전날 휴가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다른 직원들 눈치가 보여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난주 살짝 부서장에게 얘기를 꺼내 겨우 휴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결 여유있게 귀향길에 오를 수 있게 됐지만, 휴가를 가지 못한 동료들 생각에 마음 편히 보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직장인들은 휴가를 가겠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철강회사에 다니는 우모(30) 씨는 "대구와 경주를 돌면서 본가와 처가에 모두 들러야 하는데 3일은 너무 빠듯하다. 아직 입사 7개월차라 휴가는 얘기도 꺼낼 수 없는 처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식품회사에 다니는 신모(30) 씨 역시 "회사 분위기가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부 지자체나 기업체에서는 직원들의 귀향길 사정을 고려해 휴가 사용을 권장하거나 연장 휴무를 시행해 직장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경남 김해시 각 부서에서는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는 범위에서 여직원들의 휴가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기혼 여직원들이 시댁은 물론 친정도 여유 있게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설 연휴 다음날 휴가를 낸 김해시 공무원 남모(41.여) 씨는 "부서 상사가 직접 나서 휴가를 가라고 얘기해 줘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에서는 연휴 뒤 이틀을 추가 휴일로 지정했다.
삼성 측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설 연휴 뒤 하루만 추가 휴일로 지정했지만, 이번 설 연휴는 너무 짧아 휴일을 하루 더 늘렸다"며 "조선소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거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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