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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청소의 정치학?

요즘 워싱턴 말 그대로 눈 폭탄 맞았습니다. 오래 사신 교민들도 이렇게 눈 자주 오는 겨울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원래 미국 사람들 눈 좋아합니다. 눈 오면 강아지처럼 무작정 나가서 눈싸움하며 낭만을 즐깁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왠만하면 자기 집 앞 눈은 대충 치우던 사람들 이번에는 두 손 놓고 있습니다.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삽질로는 어림없습니다.

현지 언론에 나온 "눈 청소의 정치학"이라는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요지는 어디는 치우고 어디는 안 치우는지 워싱턴 시민들 불만이 하늘 찌른다는 내용입니다. 제설차가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우리 집 앞은 왜 그대로냐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먼저 눈 치우는지 우선 순위 알고 싶다는 겁니다.

눈 잘 못치우면 시장이 당장 도마위에 오릅니다. 1987년 1월 배리라는 당시 워싱턴 시장은 엄청나게 눈 많이 온 날, 하필이면 따뜻한 캘리포니아로 수퍼 볼 보러 가서 테니스 즐기다가 엄청나게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결국 "눈 치우는데 혼자 놀러가서 죄송하다"고 석고대죄했습니다.

어디부터 먼저 치우는지 얼핏 살펴 보니 일단 대로가 먼접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대로를 연결하는 이면도로들입니다. 이면도로 안 치우면 대로 아무리 뻥뻥 뚫려도 주민들 입장에선 내 차 못 끌고 나가니까 화중지병입니다.

집요하게 추적해보니 이상하게 워싱턴 근교 베데스다라는 동네 거의 눈 그대로 안 치웠는데 유독 이 동네 한 초등학교 진입로만 말끔하게 치웠습니다. 학교 이름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시드웰 프렌즈 초등학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 둘째 딸 샤샤 다니는 고급 사립학교입니다. 1년 학비 2만 달러쯤 한답니다. 오바마 딸 말고도 고위 공직자 자녀 수두룩한 속칭 명문 초등학교입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고 기사는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학교는 이번 주 내내 문 닫고 있습니다.^^)

워싱턴 남서쪽 (조금 못 사는 소위 달동네입니다)에 사는 한 주민은 다른 부자 동네도 눈 못 치우는데 우리 집 앞은 당연히 그대로겠지 했는데 왠걸 눈 안 내린 것처럼 깨끗이 치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도 이유 정확히 모르는데 혹시 이웃에 사는 워싱턴 시의원 덕 본 것은 아닌지 찜찜하다는 인터뷰로 기사는 끝나고 있습니다.

물론 워싱턴 시 당국은 눈 치우는데 우선 순위가 어디 있냐는 입장입니다. 하다보니 먼저 치우는데도 있고 조금 늦어지는데도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 시민들도 대충 믿고 싶어하는 눈치인 것 같습니다.

꼬박꼬박 세금 내는 입장에서 누구도 2등 시민대접받고 싶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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