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마겟돈(snowmageddon)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이틀째 워싱턴DC 일대에 쏟아지는 기록적인 폭설을 일컬으면서 눈(snow)과 아마겟돈(armageddon:선과 악이 대결하는 최후의 싸움터)을 합성한 단어를 사용하면서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동부 일대를 뒤덮는 폭설의 강도를 짐작게 하는 말이다.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 현재 워싱턴 DC에 23인치(53㎝)의 적설량을 기록 하는 이번 폭설로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의 도심 기능은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고, 18만여 가구의 전기공급이 끊어지고 2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덜레스 국제공항의 격납고 지붕이 무너지는 등 공항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대부분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이날 밤까지 계속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이번 폭설은 최근 1세기 동안의 최고 적설량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항공편 취소, 대중교통수단 파행..사고 속출 = 워싱턴 일원의 덜레스, 레이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은 대부분 취소됐다.
특히 덜레스 국제공항의 격납고 지붕 한 귀퉁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붕괴해 격납고에 계류중이던 개인 소유 비행기들이 파손됐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워싱턴 항공당국이 밝혔다.
당국은 폭설로 인해 곳곳에서 수백건의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 경찰 당국은 눈길에 파묻힌 다른 차량을 돕기 위해 길가에 서 있던 부자(父子)가 견인 트럭에 부딪혀 숨졌다고 밝혔다.
일부 병원들은 교통사고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눈길을 달릴 수 있는 4륜 구동 자동차로 출근을 못하는 의사, 간호사들을 병원으로 실어나르는 것을 도와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병원에서는 인근에서 눈을 치우던 제설 트럭에서 발생한 불이 옮아 붙으면서 30∼40명의 환자들이 병실에서 지하실로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와 함께 전신주들이 쓰러지면서 전기가 끊겨 워싱턴 인근 18만여 가구가 정전 사태에 빠져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6일 오전 현재 워싱턴DC 내에 5만여 가구와 사무실이, 북버지니아는 3만3천, 몽고메리, 프린스 조지 카운티 등에는 1만9천여 가 구가 정전상태이다.
워싱턴 전철도 지하구간을 제외하고는 운행이 중단됐고, 시내버스 운행도 올스톱됐으며, 국영철도인 암트랙도 워싱턴∼뉴욕 구간을 비롯해 다수 구간 운행이 취소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인근에서 진행된 민주당 전국위원회 대회장에 참석하기 위해 평소와는 달리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을 이용해 눈길을 뚫고 이동했다.
폭설 사태로 민주당 의원들의 지각이 속출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폭설을 "스노마겟돈"이라고 표현했다.
성당, 교회도 주말 미사, 예배를 대부분 취소했고, 초.중.고교는 전날부터 휴교에 들어갔으며 폭설 사태에 대한 대처 기능이 취약한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며칠동안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불안해하고 있다.
전날 슈퍼마켓들은 비상식량을 사들이려고 몰려든 쇼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우유, 빵, 눈 삽, 제설용 염화칼슘 등은 일찌감치 바닥이 났다.
◇ 주초 정상화 총력..제설 예산 바닥 = 워싱턴 DC를 비롯한 당국은 내주 초 도시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제설 장비를 모두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수천대의 제설 트럭과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수십만t의 염화칼슘을 뿌리면서 폭설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올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 제설 예산이 이미 바닥났거나 고갈 위기에 빠져 신속한 대응에 차질을 빚고 있다.
버지니아 경찰 당국은 "현재 눈이 제설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눈발이 그칠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기상당국은 "토요일 오전부터 워싱턴 일대에 1시간에 2인치씩 눈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2시에 서둘러 업무를 끝냈던 연방정부도 내주 월요일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하루 문을 닫을 경우 1억달러의 손실이 초래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세기적 폭설 기록 = 기상당국의 기록으로는 워싱턴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던 것은 지난 1922년 1월의 28인치(71㎝)이다.
특히 지난 1870년 이후 워싱턴에 1피트(30㎝) 이상의 눈이 내린 것은 지금까지 13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 겨울에 지난 12월 16인치(40㎝)의 폭설이 내린 데 이어 이번 폭설까지 합치면 두 차례나 1피트 이상의 눈이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상당국은 현재 추세대로 계속 눈이 내리면 이번 폭설이 지난 1922년의 적설량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기상당국의 적설량 기록이 공식적으로 이뤄지기 전에는 지난 1772년 워싱턴, 볼티모어 일대에 무려 3피트(90㎝)의 눈이 내린 것이 최대 폭설로 알려져 있다.
이 기록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의 일기 메모에 근거한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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