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흘째 해안포 사격을 강행했다는 소식 지난주에 전해드렸습니다.
서해북방한계선(NLL)을 겨냥해 쏜 건 처음이죠.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하는 의도가 뭐냐, 6자 회담을 앞두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북한군이 개량된 야포의 성능을 과시하기 위해 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주요 언론이 대서특필 했습니다.
간단하지 않은 사안이라 SBS에서도 취재를 나가게 됐는데 그게 접니다.
파도도 높아 꼬박 5시간이 걸려 도착한 그 곳. 배에서 내리자마자 항구에서는 해병대 장병들 2-30여명이 열을 맞춰 대기를 하고 있더군요.
'아 군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주요 위치마다 병력을 배치했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전시에 준하는 민감한 상황이구나. 서해 최북단에서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주민들에게 뭘 물어봐야 할지 명확해 졌습니다.
머릿속으로 기사를 되뇌이면서 처음 눈이 마주친 아주머니께 근심어린 눈빛으로 여쭤봤습니다.
(기자) "많이 걱정되시겠어요."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뭐가유?"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나 의심하곤 다시 여쭤봤습니다.
(기자) "북한이 해안포를 쐈는데 아침에 얼마나 놀래셨어요?"
아주머니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그런 거 땜시 놀라면 여기 못 살아유. 우리 집 개 돼지도 적응됐슈."
순간 머릿속에 기사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의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압박 질문 들어갔습니다.
(기자)"항구에도 저렇게 군인들이 모여있잖아요?"
"휴가갔다 들어오는 거에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뒤돌아 유유히 사라지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백령도 심청각이라는 곳에서 바라보면 북한의 황해도 내륙지역이 제법 뚜렷하게 보입니다. 12.5km 정도 거리라고 하더군요.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보니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가장 위험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망원렌즈로 보면 해안포 기지도 볼 수 있습니다. 살벌하죠. 포 소리도 좀 크게 들렸을까요?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 한 분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희는 만약 전쟁이 난다면 관광객 분들에게 백령도로 오라고 얘기합니다. 북한이 미쳤다고 돈 도 없는 나라에서 비싼 미사일을 백령도에 쏘겠습니까? 저라면 서울이나 주요 군사전략기지에 쏩니다. 백령도는 맨 나중입니다."
일리있는 얘깁니다.
오히려 역정을 늘어놓습니다.
"북한과 무슨일이 있을때마다 기자양반들이 백령도에 들어와서 마치 무슨 일이 있는 것 처럼 기사 쓰고 그러니까 우린 오히려 더 힘듭니다."
(기자) "왜요?"
"관광객들이 지레 겁먹고 떨어집니다. 그래도 이번엔 비수기라 좀 낫습니다."
관광객이 줄어들까 먼저 걱정하는 걸 보니 확실히 전쟁의 공포를 극복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 르포기사는 결국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백령도 주민 불안'에서 '주민들 긴장감 속 예의주시'로.
그래도 '주민들 여유만만'으로 쓸 수는 없어서 나름 타협점을 찾은 겁니다. 동선이 그리 길지 않은 탓에 현장취재는 짧은 시간에도 제법 발품을 팔아 잘 마무리 했습니다. 가장 품이 들었던 부분은 '포 소리에 불안했다'는 주민의 인터뷰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사흘 동안의 백령도 취재...
북한의 해안포 진지를 마주보고 있는 해병대 방공진지에서도 긴장속에 취재했습니다. 더군다나 북한군 비행체가 레이더에 나타나는 바람에 언론을 위한 연출이 아닌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주민들이 전쟁불감증에 걸린걸까요?
아니면 서울 사람들의 전쟁불안증인 걸까요?
전쟁불감증? 전쟁불안증?
백령도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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