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미국 회사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연일 우리 언론에 오르내립니다.
나온지 이미 2년이 지난 '아이폰'이 지난해말 우리나라에 나왔고, 며칠 전엔 스티브 잡스가 필생의 역작이라며 '아이패드'를 공개했기 때문이죠.
애플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나라는 우려섞인 기사도 쏟아져 나옵니다.
'아이폰'이 한국 사회에 던진 파장은 사실 매우 컸습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한국에도 스마트폰이 있었는데 대중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하고 있다가 '아이폰'이 나오면서 비로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것처럼 난리가 났으니까요.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기존에 나왔던 국내 업체들의 스마트폰은 허접했고, 아이폰은 매우 고급폰이라서 이제야 제대로 된 스마트폰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이폰은 애플 특유의 뛰어난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를 갖추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드웨어 자체에서 다른 전화기들과 크게 차별화된다고 보진 않습니다.
이미 많이 기사들이 났지만, 아이폰의 최대 장점은 콘텐츠에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최적화된 운영체제, 그리고 개발자들에게 개발도구를 공개해 애플의 품 안에서는 정말 최적화해서 소프트웨어가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시장을 통해 엄청난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도 해 사용자가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쉽게 내려받아서 쓸 수 있게 한 것이죠.
단순 전화기가 아닌 컴퓨터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앱스토어가 있었기에 아이폰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국내 스마트폰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건 그동안 스마트폰이라고 사봤자 딱히 스마트폰 답게 사용할만한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전화쓰고 문자보내고 사진이나 찍는데 기껏해야 가끔씩 메일 확인이나 할거 굳이 비싸게 돈주고 스마트폰을 쓸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이런 앱스토어 같은 모델이 활성화되지 못했을까요?
애플이 앱스토어를 만든지도 벌써 2년이 지났는데 말이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죠.
우선, 이 업계의 힘의 균형이 어디에 쏠려있었는가를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통신 시장은 망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 위엔 망을 가진 사업자를 좌지우지하는 정부가 있겠죠. 모든 생태계는 정부와 이통사가 원하는대로 굴러갔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음성은 포화됐으니 데이터로 간다고는 했지만 데이터 사용료는 무진장 비쌌죠. '아이폰'을 비롯해 최근 구글의 '넥서스원' 등은 이 구도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애플은 삼성 같은 제조업체고, 구글은 제조업체도 아닌 검색 엔진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죠. 이통사는 가입비와 통신비를 받지만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되는 콘텐츠 수익의 30%를 먹는 회사니까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사실 스마트폰을 스마트폰답게 사용하려면 어디서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도록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게 핵심이죠. 엄청난 데이터 요금의 압박에서도 자유로와야 하고요.
휴대전화에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는 건 크게 세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3G 휴대전화의 경우 2G와 다르게 이동통신망도 음성뿐 아니라 데이터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다만, 음성이 우선이다 보니 데이터 속도가 아무래도 느리고, 요금도 비싸죠. HSDPA도 이 3G 망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일반 노트북에서 사용하는 무선랜(Wi-FI)을 휴대전화에도 장착하기도 합니다. 이게 스마트폰인데요. 원칙적으로 무선랜은 2.4GHz의 공용 주파수이기 때문에 공짜입니다. 또 애시당초 데이터 송수신을 위해 설계됐으므로 인터넷에 훨씬 적합하죠.
나머지 하나가 이 둘을 결합한 와이브로입니다. 아직은 활성화되진 않았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싼 값에 무선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무선랜, Wi-Fi를 휴대전화에 탑재하는 게 이슈가 됐는데 아이폰은 Wi-Fi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들어왔고,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이통사들도 Wi-Fi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나서게 됐습니다.
Wi-Fi가 깔린 곳에선 무선랜으로 거의 무료로 자유롭게 무선 인터넷을 쓰고, 이동중엔 3G망을 사용하도록 한다는건데, 이게 활성화되려면 결국 3G망을 사용할 때 데이터 요금이 중요해집니다.
무선랜은 커버리지가 이론적으로 반경 100m 남짓인데 일반 가정에서 AP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경우 이보다 범위가 더 줄어드는 경우가 많죠. 따라서 분명 무선랜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3G망으로 접속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예전에 무선 데이터 요금이 하도 문제가 돼서 요즘은 데이터 요금 상한이 있긴 하죠. 이통사들도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정액제 요금은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쾌적하게 무선 인터넷을 즐기려면 해결될 과제가 여럿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웹 환경이 전면 개선돼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웹 환경은 매우 기형적입니다. 웹 세상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말고도 많은 브라우저가 있는데 우리나라 웹사이트는 거의 대부분 익스플로러에만 최적화돼 있어서 다른 브라우저로 접속하면 접속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즉, 스마트폰으로 접속해도 아예 못 들어가는 사이트가 태반이라는 거죠.
액티브 X 등을 남발해서 웹 표준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모바일 환경에 맞도록 웹 사이트들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망의 문제'입니다.
스마트폰의 가입자가 많아지고, 무선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기존의 망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게 됩니다. 이 경우 접속이 매우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업계에선 올해 말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무선망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이야기 안 할 수 없는게 '보안 문제'입니다. 무선 환경에선 크래커가 침입했는지도 모르게 당할 수 있는데요. 현재 KT의 경우 네스팟을 갖고 있고, LGT도 인터넷 전화로 Wi-Fi 망을 갖고 있지만 SKT는 무선 AP를 따로 갖고 있는게 없죠.
그렇다보니 SKT 가입자들은 자기 사무실이나 집의 AP를 이용하거나 커피숍 등의 공용 AP가 있는 곳에서 사용하고, 또는 암호가 걸려있지 않은 AP에 도둑 접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완전 크래커의 놀이터로 내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단 겁니다.
연초에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이용한 해킹이 가능하다면서 몇몇 신문에 큼지막하게 나기도 했었는데 사실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괜한 공포를 자극할 이유는 없지만, 최소한 사용자들이 대비할 수 있는데도 잘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사용자의 대처는 간단합니다.
허가받지 않은 사용자가 접속하지 못하게 하면 되는 거니까 AP를 쓰는 경우엔 비밀번호를 철저히 걸어놓는게 일단은 최선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업자들이 무선 구간에서 데이터가 오갈 때 암호화를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 때문에 지난해 국감에서 '무선랜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죠. 인증받지 않으면 접속을 아예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발전해 이를 국가가 강제하겠다는 건데 실효성도 의심되고 사생활 침해 문제 등 당장 역풍을 맞아서 지금은 쏙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제대로 도입되지 않았던 데는 이처럼 제대로 쓸 수 있는 환경, 즉 무선 인터넷에 대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의 최대 효과는 이렇게 우리나라 이통업계에 변화를 강제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폰'이 우리에게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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