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과 유학이 지난달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취재를 위해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여행사를 방문했습니다. 여행사는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더군요.
예약 접수 콜센터는밀려드는 예약전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전국에서 2천 통 넘는 전화가 콜센터로 몰려들고 있었는데, 천 5백 통 정도만 응대가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렵게 통화가 연결됐더라도 원하는 날짜에 예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눈에 많이 띄었고, 특히, 다음달 설 연휴는 국내 대부분의 여행사 상품이 모두 마감돼 여행을 가려다가 허탕을 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국내 여행사 상당수가 지난해 이 맘 때와 비교해 예약이 2배 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1년 전만 해도 국내 여행사 대부분은 말 그대로 바닥이었습니다.
평소 매출을 100이라고 하면 이 기간에는 50~6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국제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했고, 당시(2008년 11월) 원-달러 환율도 1390원을 넘었으니, 해외여행이 부담스러운 시기였을 겁니다.
취재 차 방문한 여행사는 국내 대형 여행사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탄탄한 업체인데도 이런 극심한 매출 부진 때문에 지난해 초 직원 70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까지 감행했다고 하는군요.
그만큼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여행업계 분위기는 초상집 분위기였는데, 이런 분위기가 불과 1년 만에 확 바뀐 겁니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사람은 126만 명을 넘었는데, 1년 전 같은 달보다 15%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 해외여행으로 지출된 돈은 5억 9천 400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달 4억 천 590억 보다 40%이상 늘었습니다.
유학이나 연수로 지출되는 돈도 1년 전에 비해 90% 증가했습니다.
해외여행과 유학, 연수가 갑작스럽게 증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환율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2008년 11월 1390원을 넘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에는 1166원까지 떨어졌습니다.
1년 만에 230원이나 내렸기 때문에 한국 관광객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해외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심리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경제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일종의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제가 취재하면서 만난 현대경제연구원의 예상한 연구위원(이름이 좀 특이하시죠? 뭔가 다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외여행과 유학, 연수는 아직까지 대표적인 ‘사치재’ 에 속한다. 경제가 위축되면 좀처럼 소비하지 않는 항목이다.
지난해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그럴 여유가 있고, 욕구가 있어도 가장 먼저 줄이는 게 해외여행, 유학, 연수다.
하지만 2009년을 겪으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비교적 탄탄한 모습을 보였고, 구조조정과 같이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조치들은 우려했던 것에 비해 적었다.
그러면서 일종의 ‘자신감’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올해와 내년 경제에 대한 전망도 현재로서는 밝기 때문에 한 번 가 볼만 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외여행이 늘어나면 곧바로 ‘여행수지 적자’ 우려 하면서 마치 큰 일이 난 것처럼 기사를 쓰곤 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우선 전체 국제수지에서 여행수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히 낮다.
그리고 앞으로 관광에 대한 파이를 키운다는 차원에서 보면 해외 여행이 활성화 된다는 사실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사실 최근 해외여행이 급증한다고 여러 언론에 보도됐지만, 지난해는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예외적인 해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해외여행 급증’이 아니라 ‘해외여행 예년 수준 정상화’가 더 정확한 말인 것 같습니다.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인들도 급증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침 뉴욕타임스가 ‘2010년 꼭 가봐야 할 곳 31곳’ 가운데 서울을 3위로 꼽았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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