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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② "소주가 삶의 힘…급식으로 배 채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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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로 온 세상이 얼어붙었던 한 겨울날 아침.

영등포역 계단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노숙인 박 씨가 쪽잠을 자고 있었다.

첫차 시간인 새벽 5시 무렵, 역에서는 노숙인들의 잠을 깨워 역 밖으로 내몰았다. 시린 돌계단에서 4시간 넘게 앉아있던 박 씨는 "노숙하는 것도 노하우가 있다"며 노숙 생활을 '각개전투'에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침 식사는 소주 한 병과 우유 한팩. 그는 "각개전투하는 야전에서는 잔이 필요 없다"며 노숙 생활이 전투와 다름 없음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박 씨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외출에 나선다. 영등포 역에서 200m 떨어진 급식소였다.

노숙인들과 인근 쪽방촌 사람들, 독거노인들이 주로 점심을 해소하는 곳이다. 무료급식소 입구에서는 식사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에게 간식을 나눠준다. 기업에서 나눠준 빵, 귤, 바나나가 들어있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웃음을 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끼니를 해결한 박 씨는 곧바로 '그의 지정석'인 영등포 역 계단으로 돌아왔다.

동료 노숙인이 소주와 간단한 안주를 들고와 이야기 꽃을 피우려던 찰나, 영등포 역 관계자가 낮은 음성으로 "여기 앉아 술 먹지 말라"는 한 마디를 던졌다. 그들은 자리를 피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언젠가는 일자리를 찾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의 꿈은 언제 이뤄질 수 있을까. 영하 10도의 2010년 1월, 그들의 마음은 날씨만큼이나 차가웠다.

(SBS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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