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이 19일 '교원 노사관계 평가와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교육과학기술부 정책연구 결과가 교육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4건의 주제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대표적 교원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선전포고' 성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교조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교과부가 7천만 원을 들여 이번 연구가 진행된 데다 '전교조 교사가 많을수록 수능 성적이 낮다'는 등 민감한 내용이 많아 전교조가 즉각 연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를 내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어떤 내용 담겼나 = 이날 발표된 연구 결과는 '교원노조의 법률적 특수성 검토'(김재훈 서강대 로스쿨 교수), '교원노조 단체교섭 현황과 개선방안'(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전교조와 학업성취도의 관계'(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조교수), '전교조 활동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등 4건이다.
전교조의 설립 배경과 목적, 활동 내용 전반을 법률적 해석, 심층 분석, 여론조사 등 각종 기법을 동원해 '대해부'하고 전교조 활동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교원노조 중 절대다수의 조합원을 지닌 전교조의 제반 특징에 대한 총체적이고 실체적인 분석이 미흡하다"며 연구 목적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교원노조는 법률적 지위와 위상이 일반노조와는 다르다"면서 "현재 교원노조의 여러 활동이 국민의 교육받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에 대해 김 교수는 "이미 헌법재판소 판결로써도 제한된 것이며 정치활동을 교원노조에까지 인정하면 교육에 대한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16개 시도 교육청과 전교조 지부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을 분석해 "법령이나 조례 및 정부, 사학의 고유권한과 상충되는 성격의 조항이 다수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일반노조는 관련 법을 통해 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 반해 교원노조법에는 교섭 대상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교육정책, 기관 운영 등에 대한 사항이 교섭의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정부 및 사학의 권한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조항으로 ▲지역교육청이 주관하는 학력고사는 폐지한다 ▲교육청은 자립형 사립고를 승인하지 않는다 ▲노조가 추천한 자가 감사를 참관할 수 있게 한다 ▲교장 선출·보직제를 시범운영한다 등을 꼽았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연구 결과는 '전교조와 학업성취도와의 관계'로, 이 교수는 노동부의 2004년 한국고용패널 자료를 인용해 전교조 가입교사 비율과 학생 수능성적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부(-)의 관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전교조 가입교사 비율이 10% 증가하면 언어영억 수능 표준점수가 0.5~0.6점, 백분위 점수는 1.1~1.3점 하락하고 외국어영역은 표준점수가 1.1~1.3점, 백분위 점수는 1.5~2.0점 떨어졌다는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 결과'는 전교조 활동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인식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20~60대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교조 활동방식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32.7%로 공감한다는 의견(23.2%)보다 많았으며 시국선언 참가에 대해서도 39.9%가 공감하지 않는다(공감한다는 30.5%)고 답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전교조가 거부하는 것 역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2.6%, 공감한다는 답변이 31.2%였고, 전교조의 통일운동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가 41.3%, 공감한다는 25.4%로 조사됐다.
교원평가제 거부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59.5%로 동의한다는 대답(17.2%)을 압도했다.
또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킬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는 '없다'(42.0%)가 '있다'(17.2%)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하지만 전교조의 교육현장 개혁 운동(공감한다 59.5%, 공감하지 않는다 16.7%), 평준화 정책 지지(공감한다 43.1%, 공감하지 않는다 29.4%) 등은 긍정적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담당한 이 본부장은 "전교조는 정치적, 이념적 성향에서 벗어나 교육현장 개혁운동으로서의 참교육 운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교조, 연구 목적·결과에 반발 = 전교조는 자료를 내고 "전교조를 무력화하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전교조를 분리시키기 위한 악의적 의도에서 비롯된 연구"라고 반발했다.
교육계에서도 교원노조 활동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이번 연구의 목적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결국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목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 정부 출범 이후 전교조와 교육당국의 관계는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고, 그 연장 선상에서 이번 정책연구를 맡긴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수월성과 경쟁을 내세운 정부의 각종 교육정책은 내놓을 때마다 전교조의 비판을 샀고, 최근에는 정부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소속 교사 80여 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중징계하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전교조 교사가 많을수록 수능 성적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연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각 학교별 수능성적 자료가 공개됐는데도 이를 활용해 각 학교의 전교조 교사수와 수능 평균 성적 등 학업성취도의 관계를 분석하지 않고 노동부의 한국고용패널 자료를 인용한 것도 대표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조사 대상 학생이 2천명에 불과해 정확한 상관관계 분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2008년 서울대 합격자를 4명 이상 배출한 고교 97곳을 대상으로 자체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면서 연구 결과를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교원단체 회원 1인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전교조가 0.11명, 교총이 0.04명으로 전교조가 훨씬 많다"며 "굳이 이런 자료까지 내놓는 이유는 연구 결과가 터무니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장님 코끼리 만지듯 연구하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전국에서 전교조 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지역의 고교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 교수 역시 "이번 결과는 전교조와 수능성적 간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료의 한계 때문에 분석 과정에서 일부 변수는 통제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소속 학교의 비효율적인 운영에 불만을 가진 교사들이 교원노조에 가입할 확률이 높고, 이는 결국 낮은 수능 성적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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