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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칼 퇴근' 정착…눈치보는 야근 없다

[야근 공화국] ③ 보상보다 삶의 질 우선…영국, 시간외근무 정확하게 수당·대체휴가 지급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은 '칼 퇴근(정시 퇴근)'이 이미 오래전부터 확고한 직장 문화로 정착됐다.

일 못지않게 자녀의 방과 후 활동을 돕는 시간이나 삶의 여유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노동 관련법에 연장근무를 얼마 이상 못한다고 금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연장근무시간에 대해서는 정규근무 시간보다 최소 1.5배 이상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미국 = 근무시간이 유럽보다 길지만 한국에는 크게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는 2008년 기준으로 연간 평균 1천 792시간을 일한다. 이는 OECD 회원국 근로자들의 연간 근무 평균인 1천 766시간보다 26시간이 더 많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인 2천 316시간에는 550시간이나 적다.

미국 공정근로기준법도 한국의 법과 마찬가지로 고용주는 주당 40시간 초과 노동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에게 정규임금의 최소 1.5배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해 초과근무에 따른 특별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다.

초과 노동시간 산정은 꽤 엄격한 편이다. 근로자가 직접 노동한 시간은 물론, 일하도록 지정된 장소에 있었던 모든 시간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출장시간, 대기시간, 훈련기간 또는 유예기간 등이 다 포함된다.

대신 연장근무가 모든 노동자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육체노동자나 점원, 출납원, 일반 기업의 하급직 등에게는 연장근무 규정이 철저하게 적용되지만, 변호사와 회계사 등과 같은 전문직 종사자는 연장근무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한국에서처럼 밥 먹듯이 연장근무를 하면서 사람들의 진을 빼는 일은 좀체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인들은 근무시간이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라면 오후 4시 30분 정도가 되면 잡무를 정리하고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곧바로 퇴근한다.

미국인들의 삶에서 직장생활만큼이나 자녀와의 방과 후 활동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직장에서 퇴근하고 돌아가면 축구, 야구, 수영, 음악 등 과외활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이들의 연장근무에 대한 태도는 법 규정보다는 문화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보다 직무분석이 매우 엄격하고 정확하다. 그런 만큼 일에 대한 성과측정이 훨씬 쉽다. 길게 일해봐야 성과가 없다면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 프랑스 = 1998년부터 유지돼온 주 35시간 근로제가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폐지됐으나 한국보다는 근로시간이 훨씬 적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의 하나로 주 39시간 근로제가 주 35시간 근로제로 바뀌었지만, 고용 창출 효과보다는 일하지 않는 '프랑스 병(病)'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이래 주 35시간 근로제를 주된 개혁 대상으로 삼아 각 기업체로 하여금 근무시간을 근로자들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개별 사업장은 과거와 달리 근로자들의 근무시간과 시간 외 근무 등을 근로자들과의 협상을 거쳐 주당 13시간까지 초과근무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물론 초과 근무를 한 근로자들은 추가 휴가나 별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 35시간 근로제가 사실상 폐지됐음에도 이런 실정이니 그 이전에는 얼마나 근로시간이 짧았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프랑스의 근로자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1천 533시간에 그쳐 우리나라의 2천 316시간에 비해 무려 783시간이나 적었다. 이런 근로시간은 OECD 평균 1천 768시간보다도 235시간이나 짧은 것이다.

◇ 영국 = 주당 근로시간은 40시간으로 정해져 있으며, 고용주가 이 시간 이외 추가로 일을 시키려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게 돼 있다. 시간외 근무는 매니저(간부)급 이상은 해당이 안 되고 그 이하 직원에게만 적용된다.

보통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데 연장 근로수당은 시간당 급료의 1.5배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일 뿐 실제 시간 외 근무를 시킬지와 얼마의 수당을 지급하느냐는 개별 근로계약에 따라 모두 다르다.

직원을 채용할 때 계약서에 연봉이나 월급을 정하고 성탄절 등 공휴일에 근무하면 시간당 얼마를 지급하고 휴가를 어떻게 한다는 식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업은 시간 외 근무에 대해 수당을 주지 않고 평일에 그에 해당하는 만큼 쉬도록 하거나 다음날 늦게 출근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계약서에 '불가피하게 추가 근무하더라도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집어넣기도 한다.

대부분 회사에서 근로자들은 오후 4시 또는 5시만 되면 하던 일을 접고 '칼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고 고용주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연장 근로를 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근로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면 시간을 정확히 따져 수당을 지급하거나 대체휴가를 부여한다.

연봉을 많이 받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성과에 따라 보너스 등이 지급되기 때문에 정해진 근로시간이 있더라도 새벽에 출근하거나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워싱턴·파리·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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