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주요 정책방향을 제시한 신년 공동 사설은 대외 분야에서 북미간 평화체제 수립과 남북관계 개선, 내부적으로는 경공업 과 농업 활성화를 통한 주민생활 향상에 초점를 맞췄다.
서로 맞물려갈 수밖에 없는 대내외 정책의 방점을 모두 '안정' 위에 찍은 것이다.
북한의 이런 정책기조는 우선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의 토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은 후계 구도'의 조기 구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공동사설은 우선 대미관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던 작년과 달리 두 문장에 걸쳐 '조미(북미) 적대관계 종식'을 강조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에 분명한 '러브콜'을 보냈다.
작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시종일관 견지해 온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슈를 올해도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로 비쳐진다.
공동사설은 나아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해, 필요하면 북미 대화와 6 자회담을 병행하되 평화체제 수립과 비핵화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다룰 것임을 시사했다.
사실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의 정치.군사적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체제 고수의 절실한 과제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어렵게 마련된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견고히 지키면서 '평화체제'와 `비핵화'의 두 카드를 절묘히 조합해, 유리한 협상 입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동사설은 또 북미관계의 연장선에서 대남정책에도 비교적 큰 비중을 실었다.
특히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 남한의 현 정부 들어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바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 걸음 더 나가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을 확고부동하다.
남측 당국이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사실상 남북대화 재개를 공식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 이전 10년간 남측의 지원에 상당히 의존해온 북한 입장에서 쌀과 비료 지원이 완전히 끊기고 민간 지원도 급감한 현상황은 매우 불만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
더욱이 주민생활 향상을 올해 내정의 최대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물자지원 확보는 북한에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일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동사설이 남한 정부를 직접 겨냥한 비난이나 예의 통일부 험담을 한 줄도 걸치지 않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만 해도 공동사설은 남한 정부를 정조준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파쑈독재 시대를 되살리며 북남대결에 미쳐 날뛰는 남조선 집권 세력" 이라고 비난했다.
그에 비해 "남조선 당국이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외세와 결탁하여 대결소동 에 계속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언제가도 개선될 수 없다"는 금년의 공동사설 문구는 상당히 '우회적'임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경제 부문'에서 주민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공업과 농업에 `올인'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올해 사설은 제목부터 `당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로 잡을 만큼 `인민생활'을 중시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는 인민생활 향상에 전당적, 전국가적 힘을 집중해야 할 총공세의 해", "인민생활 향상이 올해의 총적인 투쟁방향", "경공업과 농업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주공전선"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반면 과거 분야별 정책과제 가운데 최상단에 배치됐던 `국방공업' 부문이 올해 공동사설에서는 아예 빠져 눈길을 끈다.
북한은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자칭 `핵보유' 군사강국임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해온 '군 제일주의' 국가다.
그런 북한이 새해 공동사설에서 국방공업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신 경공업과 농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현재 북한 당국 입장에서 내수 경제의 활성화를 통한 주민생활 안정, 다시 말해 '민심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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