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31일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한 것은 KB금융의 조직 안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회장 선임을 위한 주총을 앞두고 KB금융과 이사회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진행되고 선임 과정의 불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면서 직원은 물론 고객과 주주들에게도 피해가 갈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KB금융은 노조의 반발과 전략적 경영업무 중단, 차기 회장.행장 선임 난항 등으로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사태는 KB금융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주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데다 이미 주총 공시까지 마친 상태여서 주총 취소와 내정자 사퇴가 신인도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원, 왜 사퇴했나
강 행장이 회장 내정자직을 사퇴한 것은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가 진행되면서 심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금융 회장 후보였던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선임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후보를 사퇴하자 당국이 강 행장에 대해서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행장은 면접을 강행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지만, 금융감독원이 최근 KB금융 이사회의 녹취록과 임직원 컴퓨터를 조사한 데 이어 강 행장의 운전기사와 차량운행 일지를 조사하는 등 고강도 검사에 나서자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주총을 강행해 회장으로 정식 취임할 경우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금감원의 종합 검사의 강도가 대폭 강화되면서 조직 안정에도 해를 끼칠 것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강 행장은 이날 사퇴의 변에서 "KB금융을 아시아 제일의 금융그룹으로 키워보겠다는 순수한 일념으로 면접에 응했으며 회장 공백기를 최소화하려 했다"며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등 비판 여론이 있는 현실에서 더 이상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KB금융과 주주, 고객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회장 내정자 지위를 자진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행장직 포기 가능성 있나
KB금융 이사회는 조만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어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차기 회장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부회장인 강 행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차기 회장이 선임되면 강 행장은 회장 대행에서 물러나고 내년 10월까지 행장직만을 수행하게 된다.
강 행장은 이날 "주어진 기간 국민은행장 및 회장 직무대행자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해 당장 행장직을 사퇴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임원 회의를 소집해 임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강 행장이 조직 화합을 위해 적절한 시점에 행장직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작년과 올해 회장 선임에서 연거푸 낙마해 명예가 훼손된 그는 차기 회장이 선임되면 새 행장과 새로운 구도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장 취임을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강 행장이 이달 초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분리하고 이른 시일 내 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행장직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고강도 조사를 단행하는 등 강 행장의 회장 내정자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던 만큼 행장직 수행도 부담될 가능성이 있다"며 "차기 회장 선임 이후 조직이 안정되면 명예를 중시하는 강 행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M&A 등 전략적 업무 추진 어려울 듯
강 행장이 차기 회장 선임 때까지 부행장 겸 회장 직무대행을 유지할 예정이어서 경영에 큰 차질은 없겠지만 인수.합병(M&A) 등 전략적인 업무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은 증권사와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은행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
회장 인선과 관련한 파문으로 임직원 인사가 지연되고 있어 직원들의 동요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그동안 임직원 인사가 연말을 전후해 단행됐지만, 이번에는 차기 회장 선임 이전까지 인사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최근 긴급 집행위원회를 개최해 당분간 일상활동을 중단하고 관치금융에 대한 투쟁체제로 전환키로 한 점도 부담이다.
노조는 금융감독원의 표적검사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것을 법무법인에 의뢰했으며 금감원 항의방문과 공문전달, 장외투쟁 집회 등 일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김정태 전 행장에 이어 황 전 회장과 강 행장까지 당국의 압력에 흔들리면서 직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중대 결단이 필요한 전략 업무는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조직 안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