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kg의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없었을 때,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울리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그것이 서곡이었다. 2002년, 고생스럽던 미국 유학을 마무리 짓고 프로농구 사상 '최연소 코치 임용'의 꿈을 이루던 순간, 운명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악스러운 운명의 손아귀는 '루게릭병'이라는 불치병의 모습으로 찾아와 승일의 짧은 봄날을 사정없이 집어 삼켰다.
그는 결국 루게릭병 발병 1년여 만에 휠체어를 탔다. 그리고 20개월 뒤 환자용 침대에 누웠다. 그 후로 박승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못했다.
슬픈 이야기는 그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안구 마우스를 통해 힘겹게 스스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가을,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안구 근육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그의 여자친구 김중현씨는 글자판을 짚어가며 의사 전달을 돕는다.
그가 그녀에게 전한 슬픈 메시지가 눈에 띈다.
"너 없으면 난 꽝이야"
그녀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내가 그 사람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기 때문에, 그걸 하면서 행복해 하고 만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BS인터넷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