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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① 매일 아침, 기적을 꿈꾸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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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대학 농구 황금기를 주도했던 최희암 감독의 연세대 농구팀에서 활약하던 농구 선수 박승일. 그러나 지금, 2m가 넘는 거인은 1평도 채 되지 않는 병상에 고립되어 환호성 대신 1분에 12번, 기계가 주는 숨소리를 듣고 있다.

고무 찰흙처럼 누군가 매만져 주는 대로 자신의 몸가짐을 제어할 수밖에 없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그가 자신의 힘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반경은 좌우 40도 안팎, 눈동자가 움직일 수 있는 선 까지 뿐이었다.

지난 11월, 더 이상 안구 마우스조차 사용할 수 없게 된 승일은 오늘도 눈가리개를 한 채 영원이 되어버린 과거 속에서 고독하게 달리는 경주마 신세가 됐다.

이런 그가 눈꺼풀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매일같이 글을 쓰고 있었다. 본인의 의사소통 능력은 잃어버렸지만, 글자판을 매개로 여자 친구 김중현의 도움을 받아 채워온 2009년 한 해의 기록.

그것은 가족 및 김중현과의 일상 대화에서부터 최희암, 유재학, 이상범, 문경은, 우지원 등 연세대 농구부 시절의 인연들과 주고받은 이야기, 가수 션과 타이거 JK를 감동시켰던 편지, 그리고 생과 사를 넘나드는 불치병 환우로서의 자신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온 글이었다.

승일이 눈짓하는 자음과 모음의 낱낱을 모아 써내려온 김중현의 글씨들은 당시의 절박함 만큼이나 비뚤거리고 투박하다. 그러나 절망의 씨줄과 희망의 날줄을 고르게 짜서 만든 따뜻한 김중현의 글씨는 이제 승일과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삶의 끈'이었다.

(SBS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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