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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년간 노숙자 밥 퍼 온 '김범곤 목사'

<8뉴스>

<앵커>

서울역을 지날때, '밥퍼'라고 찍힌 앞치마를 입고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무료배식 풍경인데요. 20년을 한결같이 나눔을 실천하고있는 '김범곤' 목사가 올해 마지막 주말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남주현 기자입니다.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역 지하도.

화려한 트리도, 흥겨운 캐럴도 없이 노숙자들만 줄 지어선 이곳에서 구수한 밥 냄새가 퍼져나옵니다.

그 냄새를 따라간 곳에서 만난 김범곤 목사, 이곳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급식을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 

[김범곤/기독교긴급구호센터 목사 : 수십 명이 굶어 죽는, 얼어 죽는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일 급한 게 먹는 거였기 때문에 급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볼 수가 있죠.]

초기에는 노숙자들이 몰려든다며 경찰이 한때 제지하려 했지만, 마흔 살 늦깎이 신학대학생의 뜻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김범곤/기독교긴급구호센터 목사 : 사흘 굶어서 담 안 넘는 놈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누군가가 최소한 밥이라도 주니까 뭐 그래도 유지가 되는 거 아니에요.]

어려서 지독히 가난했고, 젊어 한때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했던 순탄치않은 삶의 굴곡이 오히려 노숙인들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는 김범곤 목사.

90년대에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성행했던 인신매매를 예방하기 위해 8년 동안 노숙을 함께하다시피 했습니다.

[김범곤/기독교긴급구호센터 목사 : 청소년들 집에 돌려보내는 일을 하기 위해서 저녁 11시에 나가면 지하도에서 같이 신문지 깔고 자고 하다 보니까 내가 노숙자 출신인 줄 아는 거지.]

IMF 때는 하루 3천 명에게 두 끼씩, 6천 명이 먹을 분량의 밥을 실어 나른 그는, 2년 전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와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 때 노숙자 출신의 봉사자들과 함께 달려가 이재민들에게 밥을 지어 먹였습니다.

[김범곤/기독교긴급구호센터 목사 :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해결사로 가는 거죠. 우리가 하루 2만 명 밥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태풍이나 재난이 터졌을 때는 바로 출동하는 거죠.]

넉넉하지 않은 후원금에 빚을 지기가 일쑤인 노숙자 돕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 그만둘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그가 지어준 밥을 먹고 하나 둘 재기에 성공하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봤고, 그 희망의 바이러스를 더 널리 퍼트리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밥을 지어 나릅니다.

[김범곤/기독교긴급구호센터 목사 : 벼랑 끝에 서 있다가, 거기서도 밀려서 지하도까지 떨어졌으니까 막장까지 간 그런 친구들이 정말 새사람이 돼서 멋있게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끼죠.]

(영상취재 : 설치환·양두원, 영상편집 : 문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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