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계는 위로와 소통, 애도, 추모를 시도했다. 경기 불황과 사회 지도자들의 죽음, 현대사회의 고질병으로 상실감과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힘을 기울였다.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문학 작품들과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는 책들, 아픈 마음을 짚어주고 다독이는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서점가에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인터넷 서점들의 성장세는 이어진 반면, 오프라인 중소 서점들의 어려움은 커졌다. 또, 종이 책 시장의 한계를 느낀 출판계는 전자책의 가능성을 점쳐보기 시작했다.
◇'우리 이야기'에 눈을 돌리다 = 인생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길을 책에서 찾으려는 독자들은 자극적인 재미나 유흥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감동이 있는 책들에 지지를 보냈으며, 무엇보다 '사람'과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쏟았다.
지난 해까지 개인적인 자기 치유와 자기 계발에 관심을 쏟던 독자들은 올해 들어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더불어 사는 삶으로 눈을 돌렸고, 단편적인 우화 형식의 자기계발서 대신 서사성을 갖춘 길고 진지한 이야기책에 몰입했다.
100만부 이상 팔리며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단순히 가족의 정만 설파한 게 아니라 팍팍한 삶과 해체된 공동체를 깊이 고민하며 보통 사람들의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안은 작품이었다.
교보문고, 인터파크도서, 예스 24 등에서 2009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든 국제 구호 운동가 한비야의 새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 고(故) 장영희 서강대 교수의 유작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 등도 불안한 삶과 위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아 나가는 책들이었다.
혼란에 빠진 현대인들은 심리학 책들에도 손을 뻗었다. 김정운 명지대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씨의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등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심리학 책이 사랑받았다.
대중에게 말하고,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이나 인터뷰와 특강을 엮은 책들이 서점가에 쏟아진 것도 타인과의 소통을 꿈꾸는 독자들을 겨냥한 결과였다.
◇추모 열풍 = 올해 여러 사회 지도자가 세상을 떠나자 책으로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안타까움과 상실감을 달래려는 독자들이 많았다.
고(故)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책들이 서점가에 쏟아졌고 호응을 얻었다.
특히, 5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노 전 대통령의 빈자리를 안타까워한 독자들은 옛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와 유작 회고록 '성공과 좌절', 유고집 '진보의 미래'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후불제 민주주의'와 '청춘의 독서'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았다.
8월 서거한 김 전 대통령의 잠언집 '배움', 부인 이희호 여사의 '동행' 등도 관심을 받았으며, 2월 김수환 추기경 선종 직후에는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바보가 바보들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 등이 독자들을 위로했다.
장영희 교수가 별세한 이후 조용하고도 용감한 암 투병 생활과 삶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이 담긴 유작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여러 주에 걸쳐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는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추모 분위기를 틈타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관련 책이 수없이 쏟아지자 노 전 대통령 측이 홈페이지에 무분별한 출간을 자제해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명암 엇갈린 온·오프라인 서점 = 인터넷 서점의 성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중소형 동네 서점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인터넷 서점의 연간 매출은 지난 해 총 8천 225억 원(대한출판문화협회 '2009 한국출판연감')으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30%를 넘겨 31.9%를 차지했다. 2004년 이후 해마다 연매출이 1천억 원씩 늘어났으므로 올해 1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서점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05년 2천 103개, 2006년 2천 65개, 2007년 2천 42개, 지난 해 2천 개 안팎으로 해마다 수십 개씩 서점이 사라졌으며, 올해에도 대전에서 52년 전통의 대훈서적이 부도 처리되는 등 서점 수는 더욱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올 7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경품 규제가 폐지되면서 그나마 중소 서점과 출판사들을 보호하던 도서정가제를 무력화하는 조치라는 우려가 나왔다. 출판계는 출간된 지 18개월 미만인 신간의 할인율이 정가의 10% 인하, 구입가의 10% 경품 혜택을 합해 최대 19%로 지켜졌던 제한이 풀릴 수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도서의 경품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하기로 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의 근간 유지를 위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 중소 서점들은 지역 주민에게 책을 파는 곳을 넘어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는 등 활로를 찾고 있다.
◇종이의 한계를 넘어서다 = 미국에서 전자책(e북) 시장이 연평균 58%가량의 성장세를 지속하는 등 세계적으로 전자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 국내에서도 전자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1999년 국내 출판사들이 모여 출범한 전자책 업체 북토피아가 성공하지 못한 이후 국내에서는 전자책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적었으나 올해 들어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출판사, IT업체 등이 앞다퉈 단말기 중심의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아이리버가 나란히 전자책 단말기를 출시했으며 인터파크도서는 LG텔레콤과, 교보문고는 삼성전자와 각각 협력해 전자책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스 24와 알라딘, 영풍문고 등 서점들과 한길사, 북센 등 출판사가 공동 출자해 전자책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한국이퍼브를 설립했고 문학과지성사, 푸른숲 등 40여 개 출판사는 전자책 콘텐츠 관리업체 한국출판콘텐츠를 세웠다.
출판계의 관심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넘어 스마트폰에서 보는 전자책, 전자사전과 결합한 전자책, 콘텐츠를 청각 자료로 만든 오디오북 등 다양한 방식의 전자책으로 넓어지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해 많은 독자를 전자책 시장으로 끌어들이느냐, 저작권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고 수익을 투명하게 배분하느냐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서울=연합뉴스)
경기불황에 위로…사람과의 소통 꿈꾼 출판계
[2009 문화계 결산] ⑦ 상실·불황 위로하는 책들 주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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