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대에는 뮤지컬을 중심으로 어느 해보다 많은 대작이 쏟아졌다.
제작사들이 불황과 신종플루로 인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검증된 대형 라이선스 공연 위주로 승부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불황 타개책 중 하나인 스타 캐스팅은 올해도 이어져, 지난 해처럼 TV와 영화에서 주로 보던 가수와 배우들의 연극과 뮤지컬 출연이 계속됐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중대형 연극·뮤지컬 전용 극장이 새롭게 문을 열어 공연 인프라가 개선됐다. 불황 속에서도 대형 사극 뮤지컬 등 새로 선보인 창작극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도 위안거리였다.
◇대작 뮤지컬·스타캐스팅 홍수
불황기에 검증되지 않은 신작보다 안전한 인기상품을 선택하자는 판단으로 올해 공연계에는 '뮤지컬 빅뱅'으로 불릴 만큼 많은 대작이 한꺼번에 몰렸다. 또 제작사들은 논란을 뒤로하고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 캐스팅에 '올인'했다.
박상원, 박해미, 옥주현 등이 출연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불황 속에서도 중장년층 관객을 흡수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초연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비롯해 '맘마미아', '돈주앙',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 앤 줄리엣' 등 꾸준히 공연된 대작들이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아담 파스칼과 앤서니 랩 등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렌트'와 브로드웨이 스타 브래드 리틀이 출연한 '지킬 앤 하이드' 등 해외 유명 배우들의 내한 공연도 대작 열풍에 가세했다.
2001년 한국 초연 당시 7개월간 24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오페라의 유령'도 8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와 저력을 과시했다.
최대 성수기인 연말 시즌에는 관객을 붙잡기 위한 스타 캐스팅이 극에 달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는 소녀시대 제시카가, '살인마 잭'에는 안재욱, 유준상, 엄기준, 김원준 등이 한꺼번에 출연한다. '웨딩싱어'는 황정민과 박건형이 주연을 맡았고 '헤드윅'과 '헤어스프레이'는 각각 윤도현과 박경림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내년 1월 개막을 앞둔 뮤지컬 '모차르트'는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팬들이 몰려 티켓 전쟁이 벌어졌다.
◇중대형 공연장 잇달아 개관
올해 공연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공연장 인프라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연극, 뮤지컬 전용 중대형 공연장의 연이은 개관은 눈앞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공연예술 발전을 위한 주춧돌이 된다는 점에서 올해의 값진 수확으로 평가할 만하다.
1960-1970년대 한국 연극을 이끈 옛 국립극장인 명동예술극장은 34년 만에 쇼핑의 중심지인 명동 한복판에 복원 개관했다. 552석 규모의 이 극장은 대관 없이 공연 대부분을 독자 제작하는 연극제작 전문극장을 지향하며 한국 연극의 부흥을 선언했다.
공연장 밀집지인 대학로에도 504석 규모의 대극장을 갖춘 대학로예술극장이 문을 열면서 중대형 공연장 시대를 열었다. 이 극장은 100석 내외의 열악한 시설의 소극장이 대부분이었던 대학로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명동예술극장과 더불어 한국 연극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현대연극의 메카'였던 드라마센터도 리모델링돼 480석 규모의 남산예술센터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1962년 건립돼 한국 연극의 현대화를 이끌었던 이 극장은 창작 초연 중심의 현대연극 제작극장을 지향하며 정통연극 중심의 명동예술극장과 함께 연극제작 전문 중극장 시대를 열었다.
대형 뮤지컬 전용극장도 생겨났다. 코엑스에는 뮤지컬 전용 공연장인 800석 규모의 코엑스아티움이 개관하며 삼성동 일대를 공연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게 했다.
잠실 올림픽공원에는 역도경기장을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리모델링한 1천184석 규모의 우리금융아트홀이 들어섰다.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도 재정비를 마치고 재개관했다.
◇창작극 제작·해외 진출 활기
올해 공연계는 경기 불황 속에 공연 기획사들이 투자금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연이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 속에서도 강부자, 전미선 주연의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이 연장공연을 거듭하는 흥행으로 문화계 '엄마 열풍'을 이어갔다.
또 배우들이 전라 연기를 펼친 연극 '논쟁'의 흥행 이후 '교수와 여제자' 등이 선정성 논란을 일으키며 '벗는 연극'이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불황 속에서 새로운 창작뮤지컬이 꾸준히 막을 올렸다는 점은 희망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수요가 한정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해외 진출도 시도됐다.
한미합작 뮤지컬 '드림걸즈'는 1981년 미국에서 초연됐으며 2006년 비욘세 주연의 영화로 큰 인기를 끈 작품을 새로운 버전으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미국 측 프로듀서인 존 브릴리오와 손잡고 만들어 서울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11월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전연 순회공연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이미 결성된 프로덕션에 한국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이전 방식과 달리 국내 제작사가 세계 시장을 겨냥한 공연 프로덕션의 주체로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국내 제작사 트루뮤지컬컴퍼니가 호주 TML엔터프라이즈과 합작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역시 한국 제작진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창작 뮤지컬로는 10월 나란히 무대에 오른 '남한산성'과 '영웅'이 주목받았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남한산성'은 김훈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성남아트센터가 제작했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에이콤인터내셔날이 선보인 뮤지컬 '영웅'은 거사일인 10월 26일 막을 올렸다.
그 외 김영하 원작의 '퀴즈쇼'와 정이현 원작의 '달콤한 나의 도시' 등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들도 무대에 올랐다.
한편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돌을 맞아 초연된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는 초연 이후 14년 만인 지난 10월 8일 일본 구마모토에서 특별공연을 가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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