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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신종플루, 이중고에 주춤했던 클래식 음악

[2009 문화계 결산] ③ 클래식 음악계

클래식 음악계는 상반기 경기 침체, 하반기 신종플루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주춤했다.

불황의 여파로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랐으며, 신종플루로 인파가 운집하는 공연장을 찾기 꺼리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관객 수도 전반적으로 줄었다.

다양한 색깔의 클래식 축제들이 자리를 잡거나, 새로 생겨난 것은 향후 클래식 저변 확대의 토대가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됐다.

국악 분야에서는 젊은 연주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실력있는 단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 세계 음악계에 한국 전통 음악의 차별성을 각인시켰다.

◇불황·신종플루에 주춤 = 클래식계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이 컸던 전년의 상승기조를 이어가지 못했다.

상반기에는 경기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정명훈이 지휘할 예정이던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오케스트라, 미국 신시내티 심포니,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비용 문제로 줄줄이 취소됐다.

하반기에는 신종플루 확산으로 밀폐된 공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며 관객 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스타 마케팅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인기몰이를 한 공연도 여럿 존재했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러시아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 독주회(4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독주회(1월), 김선욱이 협연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3월),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 등으로 구성된 디토 앙상블의 '디토 카니발'(6월), 정명훈, 양성원, 최은식, 김선욱 등이 함께한 '7인의 음악인들'(8월) 공연은 관객이 들어찼다.

클래식은 엄숙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바이올린 '거장' 기돈 크레머의 '기돈 크레머 되기'(11월, 예술의전당)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좋은 반응을 얻은 경우다.

이밖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5월, 세종문화회관),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내한공연(1월, 예술의전당), 하이든 필하모니 내한공연(11월, 예술의전당 등), 슈베르트 음악으로 관객을 만난 중견 첼리스트 양성원 리사이틀(9월, LG아트센터) 등이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두루 받았다.

클래식 평론가 최은규 씨는 "올해는 예전에 비해 대형 공연이 적어진 대신 음악가의 매력을 내세우거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공연이 호응을 얻었다"며 "클래식도 변화하지 않으면 관객을 모으기 힘든 시대가 온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음악 축제 본궤도= 클래식 음악 축제들이 관객과 호흡하며 본궤도에 올랐다.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회는 8회째를 맞은 올해 9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6회째에 접어든 대관령국제음악제(예술감독 강효)는 흥미로운 주제와 수준 높은 연주로 청중의 공감을 얻었다.

제 4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예술감독 강동석)는 공연장 뿐 아니라 고궁, 성당, 야외 무대 등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호평받았고, 한양대 음악연구소가 주최한 제3회 서울국제바흐 페스티벌은 헬무트 릴링을 비롯한 세계적인 바로크 음악가들을 소개하며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국내 바로크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했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오케스트라 연주법을 가르치는 린덴바움 페스티벌이 명지휘자 샤를르 뒤투아가 참여한 가운데 창설됐고, 음악을 통한 화합과 평화를 모색하는 서울국제음악제(예술감독 류재준)가 첫발을 떼는 등 목적 의식이 뚜렷한 클래식 축제가 새로 생겨난 것도 눈길을 끈다.

◇해외 무대 맹활약 연주자들 '금의환향'=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실력과 노력으로 클래식 본고장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연주자들이 국내 무대에 본격적으로 서기 시작했다.

바그너 오페라 성지인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사로잡은 베이스 연광철, 유럽 바로크 오페라 무대를 종횡하며 '아시아의 종달새'라는 별명을 얻은 임선혜가 본고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고국 팬들에게 보여줬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도 오랜만에 국내에서 리사이틀, 앙상블 무대에 올라 국내 관객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계약을 맺고 영국으로 본거지를 옮긴 피아니스트 김선욱도 스승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향과 베토벤 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펼치는 등 다양한 국내 공연을 통해 한결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유망주들의 콩쿠르 입상 소식도 잇따랐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북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은 뮌헨 ARD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조성진은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피아노계의 새 별로 떠올랐다.

◇변화 꾀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라보엠', '마술피리' 일색이던 국내 오페라 무대에 새로운 작품들이 올라 신선함을 줬다.

국립오페라단의 '노르마', 서울시오페라단의 '운명의 힘', 무악오페라단의 '피델리오', 의정부예술의전당 등이 공동 제작한 '베르테르'를 비롯해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 관객과 만났다.

오페라는 비싸고, 고급스러운 예술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소극장을 무대로 삼고, 가격도 대폭 낮춘 '작은' 오페라들도 속속 등장했다.

1999년부터 매년 열려온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열렸으며, 부암아트홀은 살롱 오페라 페스티벌을 진행했고, 연극 중심의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오페라가 공연됐다.

성악계는 '가곡 전도사' 오현명, '가고파'를 작곡한 원로 작곡가 김동진이 잇따라 별세하며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젊어진 국악, 해외 진출 본격화= 젊은 감각과 실험정신을 앞세워 전통 음악의 새 길을 모색하는 국악인들이 국내외 무대를 오가며 국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영화 '워낭소리'의 배경음악을 담당한 '아나야', 뛰어난 독주실력으로 국악이 지닌 즉흥 음악의 묘미를 살린 '프로젝트 시나위', 국악 타악팀 '공명', 세계적인 월드뮤직 박람회 '워멕스'에 초청받은 타악그룹 '들소리', 브레히트의 연극을 판소리로 재구성한 '사천가'를 선보인 소리꾼 이자람 등이 대표적이다.

3회째를 맞은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실력 있는 젊은 국악인과 참신한 국악 창작곡이 발굴됐다.

국립창극단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극으로 옮긴 것도 신선한 시도로 평가됐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5집 앨범 '달하 노피곰'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영국의 월드뮤직 잡지 '송라인스'의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은 국악에 쏠리고 있는 월드뮤직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국악원은 클래식처럼 국악에도 브런치 공연을 도입해 국악의 저변 확대에 나섰고, 지난해에 이어 고궁과 한옥에서의 국악 공연도 계속됐다.

장수홍 국악방송 PD는 "실력있는 국악인, 국악단체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며 월드뮤직계에서 국악을 일본이나 중국 전통 음악의 아류가 아닌, 독자적인 장르로 인식하기 시작한 게 고무적"이라며 "고궁과 한옥 국악 공연의 경우 공간이 가진 매력이 음악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해외 음악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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