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단순 사고로 볼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까지 적용하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7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일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철도노조 집행부를 검거하려고 불심검문 중인 박모 순경을 차로 들이받은 혐의로 민노총 조합원 김모(36)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경찰은 당시 김 씨가 정지하라는 수신호를 무시한 채 돌진하는 바람에 박 순경이 오른쪽 다리를 다쳤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김 씨의 범죄 사실은 상당 부분 경찰의 주장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당시 경찰관을 향해 돌진한 게 아니라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동승자를 내려주려고 시속 20∼30㎞ 속도로 서행하고 있었고, 박 순경을 들이받은 것도 아니라 스쳐 지나간 정도여서 다친 부위가 거의 없었다는 게 법원에서 확인된 정황이다.
경찰은 영장실질심사 전 당연히 제출해야 할 피해자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가 심문 도중 경찰병원에서 부랴부랴 전치 2주짜리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법원은 무엇보다 불심검문 자체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 3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어떤 죄를 범했거나 저지르려는 자 혹은 범죄 사실을 아는 사람에 대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는데, 당시 김 씨는 철도노조 지도부와 무관해 불심검문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또 경찰이 현장사진, 동영상 자료를 갖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김 씨가 현장에서 도망가지 않은 채 순순히 경찰 조사에 응한 만큼 도주 우려도 없다고 법원은 영장기각 사유를 밝혔다.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혐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소명과 증거인멸, 도주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어느 조건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설사 불심검문이 정당했다고 해도 김씨에게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고, 경찰관 상해 정도도 전치 2주에 불과해 구속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로 박 순경을 들이받았고, 박 순경 역시 상해를 입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며 "김 씨에게 어느 정도의 잘못이 있는지는 재판에서 밝혀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찰 '단순사고'에 영장신청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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