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기준금리를 올릴 조짐이 없다. 빚많은 개인적 사정만 봐서는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주야장천(晝夜長川) 이어지길 바라지만, 나라사정을 봐서는 그렇지 않다.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해 8월만해도 5.25%였지만 지금은 2%에 불과하다. 금융위기에 놀란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서 대응한 결과다.
다행히 우리 경제는 체력을 회복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전기 대비 3.2% 성장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우리 경제에 대해 안도할 만한 수준이다.
경제가 정상수준에 돌아섰다면, 기준금리도 의당 그 뒤를 따라야 할 듯 싶다. 정책당국은 그러나 금리인상 얘기가 나올라치면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확장적 거시경제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의 발언이 반사적으로 나온다.
저금리로 인한 최대 골칫거리는 자산시장의 버블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를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런 것은 지금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정부가 주택을 담로한 대출에 대해 총액규제에 나선 게 주효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출 자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꾸준히 증가세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대출 유혹에 넘어 가기가 쉽다.
문제는 이런 자금조달비용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띨 지의 여부다.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 수준을 비교할 때 지금의 대출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이미 빌린 빚에 대한 이자비용도 점차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이자비용은 가계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리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여러가지 부양정책을 점차 털어내는 게 이른바 '출구전략'이다. 그 출구전략의 핵심은 금리인상이다.
경제가 본격적인 체력을 회복하기 전에 출구전략을 펼치면 경기는 다시 침체의 늪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10년 장기침체 이후 지금까지도 경기활성화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범한 실수가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경제가 체력을 회복한 이후 뒤늦게 출구전략을 펼쳤을 때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뒤따른다. 경기과열로 인한 물가상승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 5~6개월 전 정부의 한 관리와 이 출구전략의 시점에 대해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출구전략을 먼저 실시해 얻을 피해가, 뒤늦게 실시해 나타날 부작용보다 더 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도 이런 정부내 판단이 배경에 깔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기준금리는 요지부동인 가운데서도 시장금리는 벌써 움직이기 시작한 상태다. 8월초 2.41%에서 지금은 2.79%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을 이미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기준금리가 시장금리를 선도하지 못하고 뒤따라 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치면, 굳이 정책금리를 소폭 올린다해도 시장에 충격이 줄 상황은 아닌 듯 싶다.
정책금리 인상은 정부의 운신의 폭을 더 키워줄 수도 있다. 우려한 것처럼 국제금융환경이 악화될 때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정부도 내년 경제성장률은 5% 내외로 수정전망할 예정인데, 이는 잠재성장률인 4%대 초반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출구전략을 뒤늦게 실시해 나타날 부작용, 정부가 생각하는 그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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