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가 코스피지수 1,600 근처에서 비틀거리던 우리 증시에 통렬한 일격을 가했다.
중동사업 수주를 주가 상승의 계기로 삼았던 건설업종보다도 금융을 비롯한 다른 업종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증시가 이번 상처에서 회복하려면 험난한 길을 헤쳐가야 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5.02포인트(4.69%) 급락한 1,524.50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 모두 대형주 위주로 팔자에 나선 탓에 시간이 갈수록 지수의 하락폭은 점점 커졌고, 한때 1,520선을 내주기도 했다.
건설(-6.70%)과 기계(-7.55%)업종에는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 선언, 즉 '두바이 쇼크'가 직접적 악재로 작용했다.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산업 기반시설 투자에 나섰고 우리 기업들의 수주 물량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에서 '두바이 쇼크'의 진도를 키운 것은 금융(-6.61%)과 운수장비(-5.75%), 전기전자(-4.09%)업종이었다.
이날 외국인이 금융주를 1천578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운수장비와 전기전자업종에서도 각각 884억원과 27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지난 4월부터 시가총액 수위에 포진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금융주는 최고 6조1천220억원, 전기전자는 5조9천528억원어치를 누적 순매수하며 사실상 증시의 버팀목 노릇을 해 왔기 때문에 이날 증시가 느낀 외국인 매도의 충격은 훨씬 컸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금융위기 발생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게 했고 그에 따른 일종의 공포감이 일부 외국인들의 투매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유상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업종이 '두바이 쇼크'로 입을 타격은 금융위기때와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금융위기 때처럼 이번 일이 세계 금융시장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특히 외국인들 사이에서 공황적 심리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전자 업종을 담당하고 있는 메리츠증권 이선태 연구원은 "기업이나 기초여건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외부 변수에 휩쓸린 상황"이라며 "시장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회복돼야 전기전자업종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시장 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언제 회복될지는 단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국 템플턴자산운용사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바이 쇼크' 때문에 신흥시장 전체적인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점은 이번 일이 단순히 건설이나 기계 같은 특정 업종만의 악재가 아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증시가 이번 충격에서 벗어나 몸을 추스를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최근 우리 증시가 거래량 감소를 비롯한 심각한 체력 저하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9월에 7조4천억원대였지만 지난달에는 5조6천억원선으로 뚝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는 전날까지 간신히 4조원을 넘기고 있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주가 지나면 '두바이 쇼크'는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고 코스피지수 역시 올해 1,500선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급락이 진정된다고 해서 곧 주가가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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