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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계속 깨어있었는데.." 억울한 뇌사 23년

<8뉴스>

<앵커>

무려 23년 동안이나 뇌사자로 누워있던 사람이, 실은 의식이 멀쩡해서 그동안의 일을 모두 듣고 기억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는데, 뇌사자 연명치료중단 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어머니와 함께 수영을 하고 있는 롬 호우번 씨, 올해 마흔 여섯인 그는 인생의 절반을 침대에 갇혀 지냈습니다.

스무살 때인 지난 1983년, 교통사로로 온몸이 마비된 그에게 의료진은 뇌사 판정을 내렸습니다.

[피나 호우번/어머니 : 고개를 돌리라든가 쉬라고 말하면, 아들은 진짜로 그렇게 했어요.]

어머니는 아들이 말을 알아듣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의료진은 무시했습니다.

운명은 3년 전 바뀌었습니다.

벨기에 뇌사 과학 그룹의 라우레이스 교수가 새로 개발된 뇌 촬영장비로 검사한 결과, 호우번의 의식은 계속 깨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지난 23년동안 호우번은 가망 없는 환자라는 의료진의 말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가족들의 말도 모두 듣고 있었습니다.

특수 자판과 터치 스크린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된 호우번은 계속 소리쳤지만 말할 수 없었다, 지난 세월은 열쇠 없는 감옥에 홀로 갇혀 있던 시간이었고, 새로 진단받은 날은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롬 호우번 : 저는 인생을 즐깁니다. 긍정적이 돼야 합니다.]

호우번처럼 많은 환자가 잘못된 뇌사 판정으로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웬디 라이트/신경과 의사 : 의식이 있고 없고는 매우 미미한 차이로 나뉘기 때문에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호우번의 오진 사례가 알려지면서 존엄사와 안락사 논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영상편집 :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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