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겪어온 북.미 양자대화가 마침내 성사됐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의 초청을 수락하는 형식으로 다음달 8일 평양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됐다.
이로써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단절돼온 북미 양측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특히 지난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정점으로 도발과 제재카드로 대치해온 양측이 이번 대화를 통해 국면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미국이 대북 특사를 평양에 보내는 것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9년 5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과 2002년 10월 부시 행정부 시절 제임스 켈리 국무 차관보에 이어 세번째다.
현 국면에서 북.미대화 성사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은 '묵직'하다. 무엇보다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미간 공식대좌라는 점이 주목된다.
제재와 대화의 '투트랙' 압박을 펴온 미국과 이에 강.온 양면으로 맞서온 북한이 직접 대화의 장에 나옴으로써 북핵 교착국면을 풀 새로운 돌파구 모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북핵 해결의 다자협의 틀인 6자회담의 재가동 여부를 가늠해보는 시금석의 의미도 있다.
지난해 12월11일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 회동 이후 기능이 정지된 6자회담이 재가동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협상 틀로 대체되느냐를 확인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다만 이번 대화는 과거 1차 핵위기(1993-1994년)와 2차 핵위기(2002-2003년) 때의 '직접 담판'식 북.미회담과는 달리 북한의 6자회담을 설득하는 '제한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동안 합의와 파기를 반복해온 북한의 행위를 '학습'한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직거래'가 불가하며 이번 대화가 6자회담의 틀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미국이 대화의 횟수를 한두차례로 한정하고 있는데다 방북대표단이 10명 이내의 필수인원으로 구성될 것이란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대화가 시작되면 제재가 풀렸던 과거와는 달리 제재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는 점도 변화된 양상이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미국측이 이번 북.미대화를 앞두고 일괄타결 안을 부각시키며 북한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에 대해 완전히 의견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북한에 대해 통첩성 메시지를 보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경우의 '인센티브(incentive)'와 핵을 움켜줬을 때의 '후과(consequences)'를 명료히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미대화가 단순히 6자회담 설득의 차원을 넘어 북한의 비가역적 핵폐기 조처를 대가로 큰 틀의 '빅 딜'이 오갈 수 있음을 사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번 북.미대화 일정을 오바마 대통령이 서울의 한복판에서 발표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한.미간 공조 스탠스를 확인하는 동시에 북핵 해결에 있어 한국의 입지와 역할을 키워주려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번 대화가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해낼 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양국이 이번 대화를 바라보는 근본시각에서부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획기적인 합의점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 확약을 받아내려는 미국과 실질적 협상무대로 만들어내려는 북한의 속내가 충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당장 핵심의제를 놓고 양측의 시각차는 커 보인다. 미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촉진과 ▲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대한 재확인을 의제로 잡고 있다. 쉽게 말해 북한과는 직접 협상을 하지 않고 6자회담으로 '원위치'시키는데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북한은 '협상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각종 매체를 통해 북핵 문제의 본질이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북.미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의제화하겠다는 태도다. 6자회담 복귀도 이와 연계하겠다는게 북한의 의도로 읽히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그랜드 바겐안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림에 따라 이번 대화가 서로의 의중과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돌출변수가 많은 북핵 사안의 성격상 북핵 대화가 도중에 '협상'으로 바뀔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이 일정한 핵폐기 조치를 시사하며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수립 등 '통 큰 거래'를 제안하고 나올 경우 북핵 일괄타결론을 제기해온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에 적극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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