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중요하지만, 시각과 감각을 통해 텍스트 를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림이 지닌 분위기와 감각, 형태, 색채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이를 통해 독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 수 있어요."
제2회 CJ 그림책축제(23일∼12월24일) 초청작가로 선정돼 한국을 찾은 체코 출신 그림책 작가 크베타 파초브스카(81) 씨는 18일 서울 종로 경운동의 한 음식점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책을 선보여온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961년부터 올해까지 개인전만 75차례 연 화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이기도 한 파초브스카의 작품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그림 동화책과 달리 독창적이다.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원색에 기하학적 형태, 입체적인 구성 등 평면적인 그림책 표현을 벗어난 자유로움과 유연함이 특징이다.
특히, 알루미늄이나 투사지 등 독 특한 재료를 이어붙여 시각적 효과를 넓히는 동시에 촉감까지 살린 작품이 많다.
국내 번역, 출간된 '성냥팔이 소녀'나 '빨간 모자' 등 동화들도 추상적인 그림으로 색다르게 표현했으며 '꽃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 '색깔놀이' 등도 화려한 색 과 형태의 향연을 보여준다.
"그림책도 높은 수준의 예술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그림책 작가들이 클래식한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그렸다면, 나는 그와는 다른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흔치 않은 추상미 때문에 그의 작품들에는 어른들, 특히 미술 애호가를 위한 책 일뿐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어렵다는 선입견이 따른다.
그러나 파초브스카 씨는 예술 감상을 통한 시각적, 감각적 자극이야말로 어린이의 성장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상상이란 지혜다'라고 했어요.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건 중요한 일입니다.
어른들이 컴퓨터를 보며 머리에서 생각을 정리하듯이 아이들도 그림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또 다른 이미지를 상상해내야 합니다." 또, 그는 자신의 작품이 특정 연령, 특정 국적의 독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를 가지고 있으며, 책을 보고 알아서 상상해 나갑니다. 아름다움과 예술은 국제적인 것입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유는 예술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수십 년간 그의 작품을 출간해 온 독일 민에디션 미카엘 노이게바우어 대표도 " 처음에 주변에서 '미쳤느냐,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말렸으나 10년쯤 흐르자 '독특하고 좋은데'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실제로 어린이들은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며 특히 부모가 자녀의 예술성을 키워주려 하는 분위기가 강한 프랑스에서 인기가 있다 "고 전했다.
파초브스카 씨의 작품들에는 다양한 원색이 들어 있으나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강렬한 빨강이다.
빨간색을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특별히 빨간색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답하면서 모든 색이 좋은 색이기 때문에 구성에 따라 색의 쓰임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하양은 깨끗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색입니다. 노랑은 따뜻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색이고, 초록은 생명을 주므로 가장 아름답습니다. 파랑은 우리를 꿈꾸게 하므로 가장 아름답고, 빨강은 즐거움을 주는 색이라 가장 아름답습니다. 검정은 모든 색을 다 가진 여왕 같은 색이기에 가장 아름답습니다. 이는 색깔에 대한 내 생각일 뿐이며, 작품에 쓸 때는 어떤 조합과 구성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색에 대해서 계속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 파초브스카 씨는 "그림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쪽에 집중해 볼 수도, 다른 쪽을 집중적으로 볼 수도 있고 가장 좋아질 때까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요청하자 그는 '아이들의 힘'에 대한 말로 대신했다.
"나는 아이들을 믿습니다. 아이들이 가진 힘을 믿어요. 아이들이 책을 보고 예술을 보고 자라면서 정말 좋은 게 뭔지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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