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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무너진 '철의장막'에 갇힌 사슴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20년이 됐지만 과거 동유럽 공산권과 서유럽을 갈랐던 '철의 장막'에 아직도 스스로 갇혀 사는 사슴들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독일과 체코의 국경지대 산림에 서식하는 사슴들이 지금은 없어진 철의 장막이 버티고 있던 국경선을 넘는 것을 여전히 꺼린채 자신들의 지역에만 머물고 있다면서 이 사슴들이 '냉전시대의 최후의 수감자'라고 소개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옛 서독과 체코슬로바키아를 가르던 철의 장막에는 고압 전기가 흐르는 장벽과 철조망을 중무장한 군인들이 지켰고 사슴들의 무리도 국경을 따라 갈라져 서식하게 됐다.

이제 장벽은 없어진지 오래고 광대한 산림 속에는 온갖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그러나 유일하게 이 사슴들의 무리만은 철의 장막이 있던 국경선 근처에만 가면 신기하게도 다시 방향을 틀어 자신들의 지역으로 돌아가고 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지금 살아있는 사슴들은 장벽이 없어진 이후 태어났기 때문에 20년전 장벽의 기억도 없다는 점이다.

사슴들의 이 같은 행태가 밝혀진 것은 독일과 체코의 과학자들이 각각 2002년과 2005년부터 위성 위치추적장치가 있는 인식표를 사슴들에게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7년간 사슴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옛 철의 장막을 넘어 독일에서 체코로, 또는 체코에서 독일로 건너가 정착한 사슴은 2마리의 수사슴 뿐이다. 체코쪽 수사슴 한마리는 1년에 한 번씩 국경선을 넘기는 하지만 다시 체코로 돌아온다.

암사슴들의 경우는 철의 장막 너머에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는 습성도 보이고 있다.

사슴을 추적하는 독일 야생 생물학자인 마르코 호이어리히씨는 "과거에는 장벽이 있어서 사슴들이 국경을 넘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장벽이 없는데도 사슴들이 국경에서 멈춰선다"며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한 이유로 사슴들에게 세대를 넘어 집단 기억으로 전해지는 이동경로가 있는데 그 경로가 옛 장벽에서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사슴들이 간혹 국경을 넘는 것에 반해 암사슴들은 그렇지 않은 이유로는 암사슴들이 어미와 더 오래 붙어 지내기 때문에 옛 습성에 더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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